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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 김누리

우리 사회를 의인화 한다면 겉은 멀쩡해보이지만 속은 썩어 문드러져 가는 사람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단시간에 이루어낸 놀라운 경제성장과 촛불혁명으로 완성한 민주주의 사회. 하지만 크고 작은 부작용들로 그 내면은 병들어 가고 있다. 어쩌면 우리와 가장 비슷할수 있는 독일과의 비교를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점,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는다. 작가가 우리사회의 문제점을 짚어낸 부분들에 동감하며 읽었고 이런 사회의 원인으로 제시한 68혁명에 대해서도 새롭게 알게되었다. 다만 앞으로의 우리 사회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사실 의문이 든다. 조금은 비현실적인 느낌이었다. 가부장적인 유교문화부터 까라면 까야 하는 군대문화가 만연한 우리 사회, 도태되면 안된다는 생존에 대한 강박,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사회분위기 등 ..

2022.01.08

[도서리뷰] 데미안 - 헤르만 헤세

고전 중의 고전, 청소년 필독도서 데미안. 부끄럽게도 지금에야 읽었다. 성장소설인 만큼 한 인간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내용이라 청소년기에 읽으면 좋을 것 같긴 하다. 가끔 칼럼 등에서 ‘당신의 데미안은 누구인가’, ‘당신만의 데미안을 찾아서’(?)와 같은 문장을 볼 때마다 데미안이 뭔가 생각했었는데 (책 제목인 것은 알고 있었으나 내용은 모르니) 이제 온전히 이해할 수 있어서 기쁘다. 고전소설이나 유명한 작품들은 대부분 본인의 내면, 삶, 성장에 무게를 두고 있는 듯 하다. 고전으로서 오랜 시간 그 자리를 버텨온 만큼 사람들에게 주는 메시지, 울림은 정말 남다르다고 생각한다. 특히 내적 묘사가 뛰어나다. 데미안은 어린 싱클레어가 청소년기를 거쳐 성인이 되는 과정을, 내면의 성장을 세밀하게 표현한..

2022.01.01

[도서리뷰] 명랑한 은둔자 - 캐럴라인 냅

mbti I 성향을 가진 거의 대부분 이들이 공감할 만한 에세이다. 읽는 내내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 올해 플레그를 제일 많이 쓴 책이라 할 수 있다. 작가는 굉장한 선구안을 가진 사람이고, 그녀의 가치관과 생각은 시대를 앞서 나갔다. 이 에세이를 쓴 시기가 대부분 90년대임에도 불구하고, 현 시대의 이슈들이 모두 담겨있다. 다시말하자면, 슬프게도 아직까지도 변하지 않은 문제들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시대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비혼, 페미니즘, 젠더폭력(미투운동)은 물론, 많은 여성들이 겪는 외모강박, 그로 인한 거식증 등등. 현재와 과거를 관통할만한 내용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이런 문제는 시대와 국가에 국한되지 않는 문제들인 것 같다. 미래에 언젠가 이 책을 다시 읽을 때는 ‘이땐 ..

2022.01.01

[도서리뷰] 나목 - 박완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와 ‘그 산이 정말 거기있었을까’를 읽은 사람이라면 알듯이 박완서 선생님은 미군부대 px초상화부에서 미군들에게 초상화를 그리도록 하는 일을 하셨는데 그 때 ‘나목’이라는 작품으로 박수근 작가와 만난 인연이 있었다. 나목은 그때 만난 박수근 작가를 모티브로 쓴 장편소설이다. 박완서 선생님의 글들을 가만히 읽다 보면 겹치는 에피소드들이 굉장히 많은데, 같은 소재들임에도 불구하고 각각 다채로운 이야기로 변모한다. 옥희도와 ‘나’ 사이의 미묘한 관계를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나’와 엄마와의 갈등관계도 꽤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데, ‘나’의 엄마는 전쟁 속에서 무자비한 학살과 그로 인해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상실감, 그 상실감으로 인해 살아가는 삶의 이유를 잃어..

2021.12.19

[도서리뷰]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박완서

박완서 선생님의 글은 소설만큼 산문도 너무 너무 좋다. 완벽한 시대상 반영, 내 마음을 뚫어보기라도 한 것 같은 심리묘사는 단연 최고인 것 같다. 이 책은 선생님이 쓴 산문 일부를 엮은 책이다. 선생님의 중년시절부터 노년시절의 이야기까지 다수 수록되어 있고, 느낌 상 노년기에 쓰신 산문의 비중이 높은 듯 했다. 삶을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한 성찰, 앞으로 남은 생에 대한 계획, 삶을 정리하는 단계가 고스란히 녹아져 있다. 아름다운(?) 노년을 위해 과거의 삶을 복기하는 과정도 무척 중요한 것 같다. 이 책 읽을 때 함께 들었던 노래 중에 분위기가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노래가 있다. Rhys Lewis - Things You Can’t Change http://naver.me/FvKCFu48 Thi..

2021.12.16

[도서리뷰] 기억나지 않음, 형사 - 찬호께이

확실히 찬호께이 소설은 13.67과 망내인이 단연 최고인 것 같다. 두 권을 읽고 이 소설을 읽으니 약간 싱거운 맛이 없지않아 있다. 조금 아쉽. 기억상실로 ‘나’를 잃어버린 형사가 사건을 추리하는 내용인데, 반전도 있다. 나는 예상치 못했던 반전이긴 해서 헉 하긴 했는데 뒤로 갈수록 뭔가… 짜치는 느낌.. 그래도 술술 읽히는 필력은 여전하다. 또 그가 묘사한 홍콩도, 우리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흉기를 든 범죄자가 있다면 경찰은 위험을 무릅쓰고 시민을 보호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경찰마저 숨어버린다면 누가 나서서 싸우고 악의 세력을 무찌른단 말인가?’ ‘경찰에게 가장 중요한 건 말야, 당연히 자기 목숨을 부지하는 일이지’ 라고 하는 대목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시민들을 위해 과감하게 나..

2021.12.16

[도서리뷰] 나의 아름다운 이웃 - 박완서

박완서 선생님의 짧은단편들을 모은 책이다. 선생님은 이를 콩트라고 표현했는데, 나에게 콩트는 코미디 프로그램의 코너가 생각날 뿐이어서 감이 잘 오지 않았다. 첫번째 콩트를 읽고 이게 끝인가? 하고 얼마나 뒤적였는지 모른다. 실제로는 단편소설이라고 하기 애매할 만큼 더 짤막한 글감들로 이루어져 있다. 신문 한켠에 실리는 분량정도? 이야깃거리가 많은 단편들은 1,2,3 으로 시리즈를 나누기도 했다. 짤막한 글인만큼 주인공들의 많은 이야기나 서사가 담겨있지는 않다. 그렇기 때문에 박완서 선생님이 글을 마무리 지으면, 독자가 그 이후를 생각하고 상상하면서 각자의 장편 소설로까지 끌어나갈 수 있지 않나 싶다. 그리고 제목처럼, 단편 속 이야기들은 우리 이웃들의 모습이다. 또 하나는 그 시대 상황은 지금과 크게 달..

2021.12.16

[도서리뷰] 자기 앞의 생 - 에밀 아자르 (로맹가리)

워낙 유명한 책. 반면 이 책의 작가인 에밀 아자르는 낯설다. 로맹가리는 들어봤는데 왜 이 책에서 둘이 같이 같이 언급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이 책을 읽고 비로소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큰 사건 없이 잔잔히, 긴 호흡으로 전개되는 과정 속에 정말 삶이란 무엇인지를 곱씹게 된다. 슬프지만 아름다운 소설이라고 하는지 알 것 같다. 여운이 길게 남고 계속 머릿속에 맴돈다. 그리고 내용을 다시 생각해보면서 계속 코끝이 찡해진다.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제목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모모, 하밀 할아버지, 로자 아줌마, 롤라 아줌마, 그리고 나를 이 책을 읽는 수많은 독자 개개인들의 자기앞의 생을 생각해볼 수 있다. 생은 사랑도, 기쁨도, 행복도 주지만 생은 고통을 주기도 한다. 생은 사..

2021.12.12

[도서리뷰] 달려라, 아비 - 김애란

김애란 작가의 첫 소설집 다양한 문학지에 실었던 단편들의 묶음이다. 어떻게 하다보니 김애란 작가의 최근작부터 보다가 역순으로 접하고 있는데 과거 소설에서도 그녀의 세밀함과 통찰력이 드러난다. 마치 나를 내 옆에서 보는 것과 같은, 어쩜 그렇게 사람 속마음을 잘 묘사하는지 감탄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가 서술하는 감정과 현상들에 공감을 할 것이다. 달려라 아비는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여러 단편들 중 대부분은 아버지와 나의 이야기로 엮어져 있다. 책 뒤에 실린 해설 중 이 한문장이야 말로 이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을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인생에서 상처가 될 수 있었던 지점들을 상처로 만들지 않을 수 있었던 힘 김애란 작가의 작품들 대부분이 우울한 분위기에 대단히 현실적인 모습들을 보여주는데 달..

2021.10.23

[도서리뷰] 비행운 - 김애란

김애란 작가의 책은 ‘바깥은 여름’을 먼저 접했다. 그 단편집도 결핍, 부재, 결여와 같은 내용이 담겨 있어 우울한 분위기의 내용이었지만 왠지 모를 따뜻함도 느껴져 기억에 많이 남아있다. ‘비행운’은 두가지의 의미가 함축돼 있다. 말 그대로 행운이 없는 상태의 비행운(非幸運), 구름이 훑고 지나간 곳에 생기는, 파란 하늘에 구름 한줄기를 남김으로써 희망과 설레임을 주는 비행운(飛行雲). 소설 속 주인공들은 자유로운, 행복을, 설레임을 추구하는 비행운(飛行雲)을 꿈꾸지만 정작 그들이 마주한 현실은 그렇지 않은 비행운(非幸運)적이며 더 심연상태로 빠지기도 한다. 이런 소설 속 인물들의 비행운(非幸運)적 상황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마주할 수 있을만큼 현실적이다. 정말 보통의 평범한 ..

2021.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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