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리뷰] 자기 앞의 생 - 에밀 아자르 (로맹가리)

nya-ong 2021. 12. 12.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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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유명한 책.
반면 이 책의 작가인 에밀 아자르는 낯설다.

로맹가리는 들어봤는데 왜 이 책에서 둘이 같이 같이 언급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이 책을 읽고 비로소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큰 사건 없이 잔잔히, 긴 호흡으로 전개되는 과정 속에 정말 삶이란 무엇인지를 곱씹게 된다.
슬프지만 아름다운 소설이라고 하는지 알 것 같다.
여운이 길게 남고 계속 머릿속에 맴돈다. 그리고 내용을 다시 생각해보면서 계속 코끝이 찡해진다.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제목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모모, 하밀 할아버지, 로자 아줌마, 롤라 아줌마,
그리고 나를 이 책을 읽는 수많은 독자 개개인들의 자기앞의 생을 생각해볼 수 있다.

생은 사랑도, 기쁨도, 행복도 주지만 생은 고통을 주기도 한다.
생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기도 하지만 헤어짐도 준다.

또, 고통스러운 생을 유지할 것인지 말 것인지의 권리는 누구에게 있는가?




모모의 성장 소설이라고도 볼 수 있는 ‘자기앞의 생’
모모는 세상에서 소외된 사람들과 살아가며 현실은 고단하지만 누구보다 사랑을 주고 받으며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힘들 때 주변 이웃들의 도움을 받으며 로자 아줌마를 간병하고, 로자 아줌마와 끝까지 함께할 수 있다.

모모는 로자 아줌마와의 헤어짐으로 아픔을 겪지만 나딘 가족을 만나고, 세상을 거꾸로 돌리는 법을 배운다.
모모 남은 생은 행복했으면 했다.

모모가 들려주는 모모의 이야기.
사람은 사랑 없이 살 수 없다. 사랑해야 한다.

돌아보면 나 역시 사랑 없이 살았던 적은 없었다.

엄마 아빠와의 사랑, 친구들과의 사랑(보통 우정이라고 부르지만),
반려동물과의 사랑, 또 생명체가 아니더라도 취미를 사랑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랑이 별건가.

나는 나의 반려묘를 사랑하며 살아가고 있다.
모모는 쉬페르라는 푸들을 잠시 키웠을 때 이렇게 말한다.
“녀석을 산책시킬 때면 내가 뭐라도 된 기분이었다. 왜냐하면 녀석에게는 내가 세상의 전부였으니까.”
우리 반려묘의 세상에도 내가 전부일테니까 더 사랑해줘야 한다.

한줄평!
그 어떤 고난에도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자기 앞의 생을 살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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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회 - 자기 앞의 생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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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회 - 자기 앞의 생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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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경험한 바로는, 사람이란 자기가 한 말을 스스로 믿게 되고, 또 살아가는 데는 그런 것이 필요한 것 같다. 철학자 흉내를 내느라고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 “완전히 희거나 검은 것은 없단다. 흰색은 흔히 그 안에 검은색을 숨기고 있고, 검은색은 흰색을 포함하고 있는 거지.” 그리고 그는 박하차를 가져다주는 드리스 씨를 바라보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오래 산 경험에서 나온 말이란다.” 하밀 할아버지는 위대한 분이었다. 다만, 주변 상황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을 뿐.

- 병원에 갔다 하면 아무리 아파서 죽을 지경이라 해도 안락사를 시켜주지 않고 주삿바늘 찌를 살덩이가 남아 있으면 언제까지고 억지로 살아있게 한다는 것을 이 동네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었다. 최후의 결정은 의학이 하는 것이고, 의학은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것을 끝까지 막으려 한다는 것을.

- 생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나는 더이상 기웃거리지 않고 곧장 집으로 향했다. 내게는 한가지 생각뿐이었다. 로자 아줌마 곁에 앉아 있고 싶다는 것. 적어도 그녀와 나는 같은 부류의, 똥 같은 사람들이었으니까.

- 늙고 병든 여자에게 나쁘게 말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는 것이니까. 하나의 자로 모든 것을 잴 수는 없지 않은가. 하마나 거북이 다른 모든 것들과 다르듯이 말이다.

- 그런데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그때까지도 충분한 경험을 쌓을 만큼 오래 살지 못했던 것이다. 이 말을 하고 있는 지금도, 경험에 대해 떠벌려봐야 소용없고 여전히 배워야 할 것들이 남아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 한 가지 말해둘 게 있다. 이런 일은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내 생각일 뿐이지만, 나는 정말 이해할 수 없다. 엄마 뱃속에 있는 아기에게는 가능한 안락사가 왜 노인에게 금지되어 있는지 말이다. 나는 식물인간으로 세계기록을 세운 미국인이 예수그리스도보다도 더 심한 고행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십자가에 십칠 년여를 매달려 있었던 셈이니까. 더이상 살아갈 능력도 없고 살고 싶지도 않은 사람의 목구멍에 억지로 생을 처넣는 것보다 더 구역질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 사람은 사랑할 사람없이는 살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여러분에게 아무것도 약속할 수 없다. 더 두고봐야 할 것이다. 나는 로자 아줌마를 사랑했고, 계속 그녀가 그리울 것이다.

- 사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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