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리뷰] 달려라, 아비 - 김애란

nya-ong 2021. 10. 2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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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 작가의 첫 소설집
다양한 문학지에 실었던 단편들의 묶음이다.

어떻게 하다보니 김애란 작가의 최근작부터 보다가 역순으로 접하고 있는데
과거 소설에서도 그녀의 세밀함과 통찰력이 드러난다.
마치 나를 내 옆에서 보는 것과 같은, 어쩜 그렇게 사람 속마음을 잘 묘사하는지 감탄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가 서술하는 감정과 현상들에 공감을 할 것이다.

달려라 아비는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여러 단편들 중 대부분은 아버지와 나의 이야기로 엮어져 있다.
책 뒤에 실린 해설 중 이 한문장이야 말로 이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을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인생에서 상처가 될 수 있었던 지점들을 상처로 만들지 않을 수 있었던 힘




김애란 작가의 작품들 대부분이 우울한 분위기에 대단히 현실적인 모습들을 보여주는데
달려라 아비 속 단편들은 이런 우울감을, 좌절감을 유쾌함으로 승화시키는 것 같았다.

확실히 단편소설의 매력은
그 내용이 많이 함축적이고 독자 스스로가 생각하고, 판단하고, 상상해야 할 여지를 많이 남겨두기 때문에
작가와 함께 이야기를 완성해나간다는 느낌이 드는 것 같기도 하다.




- 안녕하세요. 가늠할 수 없는 안부들을 여쭙니다. 잘 지내시는지요. 안녕 하고 물으면, 안녕 하고 대답하는 인사 뒤의 소소한 걱정들과 다시 안녕 하고 돌아선 뒤 묻지 못하는 안부 너머에 있는 안부들까지 모두, 안녕하시길 바랍니다. p.82

- 만일 오늘 나의 가장 큰 일과가 운동화를 빠는 거라면 나는 정말 그날 운동화만 빠는 사람이다. 나는 게으른 사람이지만 앉아서도 누워서도 온종일 ‘오늘 운동화를 빨아야 되는데…’를 생각한다는 점에서 부지런한 사람이다. p.125

- 나는 나의 첫사랑. 나는 내가 읽지 않은 필독도서, 나는 나의 죄인 적 없으나 벌이 된 사람이다. 그리하여 나는 내가 어떤 인간인가 설명하기 위해 인터넷 대화창 앞에서 오줌보를 붙든 채 줄담배를 피우는 사람이다. 나는 당신에게 잘 보이고 싶은 사람. 그러나 내가 가장 잘 보이고 싶은 사람은 결국 나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다. p.127

- 이것은 당신과 아무 상관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와 아무 상관 없는 수만가지 일들이 우리의 인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잊곤 한다.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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