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리뷰 29

[도서리뷰]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룰루밀러

핫한 책이길래 살까말까 고민하던 중에 예스 북클럽에 올라와서 읽게되었다. 아무런 정보 없이 읽어야 한다길래 작가 이름도 제대로 외우지 않고 읽어서 룰루밀러인지 룰루레몬인지 혼자 헷갈려하고 ^^. 이렇게 아무런 정보 없이 읽은 책은 오랜만이었던 것 같다. ‘아무런 정보 없이 읽어야 한다’는 각종 추천사들의 말 조차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처음에는 이게 소설인지, 실화를 기반으로한 내용인지, 아무것도 몰라서 안개속을 걷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눈앞에 커튼을 걷듯 마지막장으로 갈 수록 그 안개는 걷혀졌다. 원래 책 읽기 전에 대략 어떤 내용을 다루는지 정도는 알고 보는데, 혹여 그렇지 못하더라도 지금 읽고 있는게 소설인지, 수필인지정도는 인지하는데 이 책은 정말, 정말로 아무것도 모른 ..

2022.05.22

[도서리뷰] 서 있는 여자 - 박완서

‘서 있는 여자’에서의 연지는 그 시대에서도 부부사이의 평등함, 일하는 여성, 주체적인 여성의 삶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신여성적인 인물이고 반면 연지의 어머니는 가부장제 사회 속에서 가정을 우선시하는, 본인 석자의 이름으로 사는게 아니라 ‘하석태교수(남편)의 아내로 사는 것에 자부심과 우월함을 느끼는 전형적인 과거 여성의 모습으로 대비된다. 그리고 소설은 두 여성의 상황을 대조적으로 전개해 나가고 있는데 남성, 여성의 평등함을 외쳤던 연지는 결혼과 동시에 ‘여자는 자고로 ~해야해’ 라는 미풍양속에 부딪히며 가부장 사회속의 여성의 역할을 원하는 이들과의 갈등을 빚고, 본인 역시 내적갈등을 겪는다. 반대로 어머니는 남편과의 이혼을 앞두고 이혼하고 남들 못지 않게 사는 친구들을 찾아다니며 이혼한 여성의 삶을 ..

2022.04.17

[도서리뷰] 녹즙 배달원 강정민 - 김현진

한국에서 살아가는 20대 여성인 강정민을 중심으로 우리사회의 크고 작은 문제들이 다 엮여 있다. 1. 법의 보호막에서 벗어난 비정규직 근로자 그 중 여성들이 많이 일하는 분야는 그 열악함은 배가 된다. - 즉 ‘물 만지는 일’이란 사소하게 일일이 고생스럽고 낯은 나지 않는데 품은 들면서도 시시포스의 노동처럼 지겹게 계속되면서도 걸핏하면 하찮게 취급되는, 그런 여성들의 노동을 의미했다. 2. 가부장제 속 남아 선호사상에서 뻗어나간 가정과 사회에서의 남녀차별 - 어엿한 중산층이었던 부모님의 지갑은 유독 민주 앞에서만 입을 꽉 다물었다. 딸을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민주의 남동생 민중의 필요를 채워주고 나면 남는 것이 없었다. - 젊은 나이에 가장이 된 그를 면접관들이 남자의 책임감 운운하며 높이 평가해준..

2022.02.27

[도서리뷰] 자기만의 방 - 버지니아 울프

과거에 언젠가, 과학자나 소설가 등 유명한 위인들은 대부분이 남자일까, 여자는 왜 이렇게 적을까라고 막연히 생각해본적이 있다. 최근 톨스토이 책을 읽으면서 톨스토이 외 고전 소설의 작가들을 살펴볼 때에도 거의 대부분이 남자네 라는 생각을 잠시 했었던 적이 있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준다. 당대의 환경과, 사회와, 사람들의 인식이 여성들이 글을 쓸 수 없게 만들었다. 글을 쓸 수 없는 환경이었고, 사회였고, 사람들 역시 ‘여자가 글을?’ 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던 때. 설혜심 교수가 쓴 ‘소비의 역사’에서도 한번 느꼈지만, 가부장제 사회는 과거 서구에서도 어마어마했던 것 같다. 울프는 트리벨리언의 ‘영국사’에서도 여성비하적인 표현을 언급하며 여성의 지위에 대해 이야기 한다..

2022.01.31

[도서리뷰] 나는 과학이 말하는 성차별이 불편합니다 (진화심리학이 퍼뜨리는 젠더 불평등) - 마리루티

“이런 일은 여자가 더 잘할 수 있어.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더 섬세하고 꼼꼼하지.” “네가 이해해. 남자들은 원래 그렇잖아” “남자들은 원래 정리정돈 못해.” “여자애가 좀 깔끔떨지 못하겠니?” “여자들은 원래 그러잖아~” “남자는 능력이고 여자는 미모지.” 남자는 어떻고, 여자는 어떻다는 이분법적인 논리를 말 하지 않은 사람도, 들어보지 않은 사람도 없을 것이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남녀의 성질을 분리해서 받아드렸고 그런 차이는 곧, 남녀 모두에게 불평등이 ‘당연’하게끔 만들었다. “과학적으로 그렇대” 이 모든 것이 ‘과학’이라는 미명 하에 정당성을 얻었고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입막음 논리로 사용되었다. 저자 마리루티는 진화심리학자들의 주장을 맹렬하게 비판한다. 요즘말로 팩폭을 날리며 진화심리학자들..

2022.01.16

[도서리뷰] 한 말씀만 하소서 - 박완서

한순간에, 너무나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들을 잃은 어미의 절절한 내면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일기이다. 극한 상황에서 통곡대신 쓴 것이라 작가는 밝히고 있다. 너무나 솔직한 감정들, 나의 불행으로 인해 세상과 신을 저주하는 그 날것의 감정들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런 작가의 감정들을 활자로 느끼면서 ‘사람이 어떻게 이런생각을?’ 이라기보다는 ‘사람은 다 똑같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충분히 사람이기에 들 수 있는 감정과 생각들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를 낳아보지도 않았고, 내 자식처럼 생각하는 아이도 없는 터라 참척의 고통을 감히 헤아릴 수 없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 속에 느꼈던 감정들 만큼은 공감할 수 있었다. 자식을 잃은 슬픔과 이 이후를 살아가야 하는 부모의 심정을 가시박힌 손가락으로 비유했는데, 정말 그런..

2022.01.08

[도서리뷰]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 김누리

우리 사회를 의인화 한다면 겉은 멀쩡해보이지만 속은 썩어 문드러져 가는 사람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단시간에 이루어낸 놀라운 경제성장과 촛불혁명으로 완성한 민주주의 사회. 하지만 크고 작은 부작용들로 그 내면은 병들어 가고 있다. 어쩌면 우리와 가장 비슷할수 있는 독일과의 비교를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점,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는다. 작가가 우리사회의 문제점을 짚어낸 부분들에 동감하며 읽었고 이런 사회의 원인으로 제시한 68혁명에 대해서도 새롭게 알게되었다. 다만 앞으로의 우리 사회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사실 의문이 든다. 조금은 비현실적인 느낌이었다. 가부장적인 유교문화부터 까라면 까야 하는 군대문화가 만연한 우리 사회, 도태되면 안된다는 생존에 대한 강박,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사회분위기 등 ..

2022.01.08

[도서리뷰] 명랑한 은둔자 - 캐럴라인 냅

mbti I 성향을 가진 거의 대부분 이들이 공감할 만한 에세이다. 읽는 내내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 올해 플레그를 제일 많이 쓴 책이라 할 수 있다. 작가는 굉장한 선구안을 가진 사람이고, 그녀의 가치관과 생각은 시대를 앞서 나갔다. 이 에세이를 쓴 시기가 대부분 90년대임에도 불구하고, 현 시대의 이슈들이 모두 담겨있다. 다시말하자면, 슬프게도 아직까지도 변하지 않은 문제들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시대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비혼, 페미니즘, 젠더폭력(미투운동)은 물론, 많은 여성들이 겪는 외모강박, 그로 인한 거식증 등등. 현재와 과거를 관통할만한 내용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이런 문제는 시대와 국가에 국한되지 않는 문제들인 것 같다. 미래에 언젠가 이 책을 다시 읽을 때는 ‘이땐 ..

2022.01.01

[도서리뷰]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박완서

박완서 선생님의 글은 소설만큼 산문도 너무 너무 좋다. 완벽한 시대상 반영, 내 마음을 뚫어보기라도 한 것 같은 심리묘사는 단연 최고인 것 같다. 이 책은 선생님이 쓴 산문 일부를 엮은 책이다. 선생님의 중년시절부터 노년시절의 이야기까지 다수 수록되어 있고, 느낌 상 노년기에 쓰신 산문의 비중이 높은 듯 했다. 삶을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한 성찰, 앞으로 남은 생에 대한 계획, 삶을 정리하는 단계가 고스란히 녹아져 있다. 아름다운(?) 노년을 위해 과거의 삶을 복기하는 과정도 무척 중요한 것 같다. 이 책 읽을 때 함께 들었던 노래 중에 분위기가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노래가 있다. Rhys Lewis - Things You Can’t Change http://naver.me/FvKCFu48 Thi..

2021.12.16

[도서리뷰] 나의 아름다운 이웃 - 박완서

박완서 선생님의 짧은단편들을 모은 책이다. 선생님은 이를 콩트라고 표현했는데, 나에게 콩트는 코미디 프로그램의 코너가 생각날 뿐이어서 감이 잘 오지 않았다. 첫번째 콩트를 읽고 이게 끝인가? 하고 얼마나 뒤적였는지 모른다. 실제로는 단편소설이라고 하기 애매할 만큼 더 짤막한 글감들로 이루어져 있다. 신문 한켠에 실리는 분량정도? 이야깃거리가 많은 단편들은 1,2,3 으로 시리즈를 나누기도 했다. 짤막한 글인만큼 주인공들의 많은 이야기나 서사가 담겨있지는 않다. 그렇기 때문에 박완서 선생님이 글을 마무리 지으면, 독자가 그 이후를 생각하고 상상하면서 각자의 장편 소설로까지 끌어나갈 수 있지 않나 싶다. 그리고 제목처럼, 단편 속 이야기들은 우리 이웃들의 모습이다. 또 하나는 그 시대 상황은 지금과 크게 달..

2021.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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