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11

[도서리뷰] 동급생 - 프레드울만

* 스포있음 짧지만 강하다. 그리고 그 여운은 계속된다. 거의 대부분의 독자들은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이 가히 충격적이고 강렬하다고 할 것이다. 이 책의 평가를 접할 때마다 ‘마지막 문장’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도대체 그 ‘마지막 문장’이 뭘까 궁금해서 읽은 책이다. 확실히 그 ‘마지막 문장’에는 어떤 강렬한 울림이 있다. 원래 책들의 좋은 구절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편인데 (그래서 메모해둔다) 누군가가 기억에 남는 문장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단연 이 책의 그 ‘마지막 문장’을 말할것 같다. 물론 그 ‘마지막 문장’은 이 책을 완전히 다 읽어야만 그 뜨거움을 느낄 수 있다. 유대인 한스 슈바르츠와 독일 귀족 가문의 콘라딘의 우정을 그린 소설로 1930년대 나치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나..

2021.09.05

[도서리뷰] 우연한 소비는 없다 - 김현호

최근에 소설류만 많이 읽는 것 같아 환기 겸 에세이나 비문학쪽에서 읽을만한 책을 찾게 되었다. 그러다가 '우연한 소비는 없다, 당신은 무조건 사게 되어 있다' 고 하는 책 소개에 끌려 보게된 책- 결론만 말하면 내가 원하던 방향의 내용들은 아니었다. 내가 원했던(상상했던) 내용은 만일 회사에서 A라는 상품을 팔고자 한다면 A라는 상품을 어떻게 타겟팅해서 고객들에게 노출 시키는지, 온라인 상품이라면 배너를 어떻게 기획하고 노출 시키고, 어떤 문구를 활용해서 잠재 고객들의 클릭을 유도하게 하는지, 다시 말해 MD들은 '어떤방법'으로 고객이 물건을 구매하도록 유혹하는지였다. 정말 책의 부제 그대로 '무조건 사게 만드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기대했었다. 그러나 그런 내용은 아니었다. MD라는 직업이 하는 일에 대..

2021.06.06

[도서리뷰] 앨저넌에게 꽃을(운명을 같이한 너) - 대니얼 키스

김옥빈 주연의 kbs 드라마 ‘안녕하세요, 하느님’ 의 원작 소설. 정신지체가 있는 주인공은 주변사람들과 잘 지내며 나름대로의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임상실험 대상자로 뇌 발달 수술을 받은 이후 지능이 점차 높아지면서 과거 본인이 생각했던 것과는 매우 다른 현실을 깨닫게 되면서 고통과 외로움에 몸서리치며 분노에 휩싸인 인간의 모습까지도 보이게 된다. 이후 뇌수술의 후유증으로 수술 이전만큼 지능이 퇴행하게 된다. 196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한 sf 소설이다. 소설은 주인공의 일기형식을 빌려 내용이 전개된다. 주인공이 낮은 지능을 가진 상태이다 보니 문장과 어휘도 단순하고, 맞춤법도 많이 틀리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지능이 높아지면서 고급 어휘와 올바른 문장을 구사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달라진 ..

2021.06.01

[도서리뷰] 나의 아름다운 정원 - 심윤경

어쩌다보니 70년대 후반~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성장소설을 연달아 읽게 되었다. 읽으면서 느낀 ‘나의 아름다운 정원’과 ‘외딴방’의 공통점은 1. 어린 시절에 만나는 선생님의 중요성 2. 70-80년대는 시대적, 정치적 상황을 빼고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 가장 큰 차이점은 화자가 아닐까 싶다. 1. ‘외딴방’은 청소년이자 여성노동자라는 ‘나’ 의 눈으로 바라본 사회에서 70-80년대의 노동자들의 모습을 묘사했다면, 2. ‘나의 아름다운 정원’은 10살 남자아이의 시선에서 군부에 저항하고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당시 젊은이들의 시대적 고뇌를 녹여내었다. 70년 후반, 80년이라는 배경과 박 선생님의 고향이 광주라는 것이 초반에 나올 때 설마 했는데 역시나였다. 박영은 선생님은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바친 사..

2021.05.25

[도서리뷰] 외딴방 - 신경숙

먹먹한 분위기의 과거를 회상하는 문체로 이루어진 책. 작가가 십여년간 외면했었던,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열여섯살~열아홉살의 시절과 현재의 작가가 용기내어 마주하는 모습을 그린 자전적 성격의 소설. 힘든 과거는 회피하기 마련인데 이렇게 소설의 형태를 빌려 직접 마주하고 스스로 회복하고 성장해 나가는 모습이 대단했다. 소설인만큼 제목인 외딴방부터 우물, 백로, 쇠스랑 등 작가나 작가의 주변인들, 상황을 의미하는 장치들도 눈에 띈다. 나중에 문학평론가들의 해설도 읽어보고 싶다. 현재와 과거의 내용이 교차식으로 전개되는데, 현재의 내용을 읽을 땐 안개낀 새벽녘 호수의 차가운 느낌이 들기도 했다. 과거의 내용을 읽을 땐 오후 3-4시쯤의 햇빛이 느껴지는 나른한 주말 오후의 고요함이 느껴졌다. 군사정권의 암흑기와 ..

2021.05.19

[도서리뷰] 아주 친밀한 폭력 - 정희진

논문체라서 처음엔 읽기 힘들었지만 점차 사례들이 나오면서 술술 읽을 수 있었다. 다만 마음은 너무 아팠다. 사례들은 19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인 것 같았는데 나이, 직업, 학력에 상관없이 많은 여성들이 '아내 폭력'에 시달리고 있었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가족의 유지’만을 철저하게 지켜온 우리 사회. 나 역시도 가정폭력에 대해 생각했을 때 처벌도 처벌이지만 그래도 가해자의 교육, 피해자와 가해자와의 화해로 가정이 해체 되지 않는 방향, 즉 가정 유지에 더 초점을 맞추었던 것 같다. 아내 폭력이 아닌 일반 폭력사건에서도 과연 가해자 교육과 변화를 피해자 권리보다 우선시 했을까? 남편 폭력이 계속될 때 빠져나오지 못하는 ‘피해 여성’을 탓하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피해자를 지켜줘야 하는 우리 사회..

2021.05.16

[도서리뷰] 죽음 - 베르나르 베르베르

고등학생 때 를 읽고 베르나르를 알게 되었고 인지, 인지 기억이 안나는데 2011년도에 어떤 책을 읽다가 사정상 끝까지 읽지 못했었다. 그리고 이북리더기를 사면서 로 다시 베르나르의 책을 접하게 되었고, 이번에 예스24 북클럽에 이라는 책이 있길래 다시금 읽게 되었다. (*감상평이기 때문에 스포가 있을 수 있음) 에서도 영계, 베르나르만의 독특한 사후세계를 접하게 되었는데 본 책에서도 연결된다. 의 1권에서는 산 자와 죽은 자의 과거 이야기가 주를 이루며 주인공을 살해한 살인범을 찾는 수사 과정에 초점을 둔다. 베르나르는 줄곧 죽음이라는 것이 부정적인 것만이 아님을 보여주는데 1권에서는 주요 주인공들의 관계와 과거 이야기, 죽음, 영혼이 되어서의 장점, 영혼의 자유로움에 대해 서술한다. 마치 죽음으로써 ..

2021.05.16

[도서리뷰] 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 - 허지원

위로와 힘을 주는 책을 많이 읽어보진 않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이 책의 특별함을 꼽자면 아래와 같다. 1. 뇌 구조와 인간 심리에 대한 내용을 함께 언급하며 이런 상황에서 우울하고, 이런 상황에서 화가나는, 다소 내가 잘못된건가라고 싶을 만한 다양한 상황을 묘사하며 2. 결코 내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뇌 구조상, 인간 심리에 따라 누구나 다 그런 것이라고 위로를 해준다는 것이다. 또한 저자가 ‘너 또 이런 생각했지? 너 또 그렇게 느끼지? 근데 그거 아니야~ 그러지마~’라고 하는 상황들이 너무 귀신 같이 맞아 떨어져서 ‘오오- 맞아맞아’ 하면서 읽어 내려가기도 했다. 독자의 생각과 행동을 꿰뚫으면서 덤덤하게, 단호하지만 따뜻한 말로 위로하며 상처받은 독자를 어루어만져준다. (병원에서 도도하고 깍쟁이 같은 ..

2021.05.13

[도서리뷰] 오래 준비해온 대답 - 김영하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시작되는 이야기- 정착민으로서 살아가면서 쌓아온 짐들을 정리하는 이야기부터 폭풍공감이었다. 처음엔 그저 단순하고 막연한 여행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여행지에서 느낀 감정과 생각들이 작가의 과거로 뻗어나가기도 하고 알지 못했던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역사, 신화, 전설 이야기도 더불어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여행을 다니면서 나도 느꼈던 바를 작가의 문장으로 마주하니 감정을 글로 표현해 내는 것이 여간 쉬운 일이 아닌 것을 또 느끼기도 했다. 괜히 작가가 아닌 것 같다. 에세이 초반 정착민에 대한 삶을 어느정도 정리하면서 흘러가는 삶인 스트리밍라이프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는데 책 마지막에 아내와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는 것도 좋은 것 같다고 이야기한 내용과 귀결되는 것 같다. 시칠리아는 삼백년 전..

2021.05.09

[도서리뷰] 망내인 - 찬호께이

13.67 만큼 흡입력있는 추리소설이었다. 13.67이 과거부터 현대까지 아우르는 소설이었다면 망내인은 홍콩 현대를 바탕으로 한 추리소설이다. 또한 현대 사회의 문제점인 익명성(댓글, 온라인 마녀사냥), 디지털 성범죄, 해킹 등과 같은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기도 한다. 읽으면서 나름 등장인물 관계도 파악해보고 예측도 해봤지만 보기좋게 빗나갔다. 이번에도 찬호께이는 겉은 차갑고 냉소적이지만 속은 따뜻한 주인공에게 푹 빠지게 만들어줬다. 뼛속까지 문과인 나에게 컴퓨터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이녜는 너무 매력적이었다.

2021.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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