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리뷰] 아주 친밀한 폭력 - 정희진

nya-ong 2021. 5. 16.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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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체라서 처음엔 읽기 힘들었지만 점차 사례들이 나오면서 술술 읽을 수 있었다. 다만 마음은 너무 아팠다.
사례들은 19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인 것 같았는데 나이, 직업, 학력에 상관없이 많은 여성들이 '아내 폭력'에 시달리고 있었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가족의 유지’만을 철저하게 지켜온 우리 사회.

나 역시도 가정폭력에 대해 생각했을 때 처벌도 처벌이지만 그래도 가해자의 교육, 피해자와 가해자와의 화해로 가정이 해체 되지 않는 방향, 즉 가정 유지에 더 초점을 맞추었던 것 같다.

아내 폭력이 아닌 일반 폭력사건에서도 과연 가해자 교육과 변화를 피해자 권리보다 우선시 했을까?
남편 폭력이 계속될 때 빠져나오지 못하는 ‘피해 여성’을 탓하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피해자를 지켜줘야 하는 우리 사회가 '피해자 탓' 이라는 가스라이팅을 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과연 지금은 과거 보다 얼마나 나아졌을까? 여권이 신장되고 가정폭력을 처벌하는 법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안과 정책들이 시행되는 등 사회는 많이 바뀌었다 하더라도 아내 폭력만큼은 사적영역, 가정 내 일이라는 인식으로 여전히 예전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아내 폭력의 피해 여성들은 여전히 이웃과 사회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지 않았을 것 같고, 슬프지만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가정 내 일이라는 이유로 지금 어디에서도 아내 폭력은 계속되고 있을 수도 있다.
사적 공간이라는 무소불위의 남편의 권력, 가정 폭력을 자신 탓인 것처럼 부끄러워 숨기는 피해 여성들. 자식들을 생각해서라도 가정을 유지하려고 하는 우리네 엄마의 모습들이라 너무 마음이 아프다.

책 속에서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해외 사례를 통해 아내 폭력이 우리나라에서만 국한되는 것이 아님을, ‘폭력남편’이라는 명칭으로 모든 가정이 그렇지 않음을 보여줌으로써 일반화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기도 하다.

가정폭력에 대한 철저한 민낯. 사회와 사회 구성원들의 시각과 인식이 바뀌어야만 가정폭력이 근절될 수 있다.
더 이상 ‘가족’의 관점 보다는 ‘피해자’의 권리에 초점을 맞추는 사회적 인식과 사회적 제도와 법들이 갖춰져야 할 것이다.

근본적으로 ‘가족’이란 무엇인가도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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