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리뷰] 오래 준비해온 대답 - 김영하

nya-ong 2021. 5. 9.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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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시작되는 이야기-

정착민으로서 살아가면서 쌓아온 짐들을 정리하는 이야기부터 폭풍공감이었다.
처음엔 그저 단순하고 막연한 여행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여행지에서 느낀 감정과 생각들이 작가의 과거로 뻗어나가기도 하고 알지 못했던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역사, 신화, 전설 이야기도 더불어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여행을 다니면서 나도 느꼈던 바를 작가의 문장으로 마주하니 감정을 글로 표현해 내는 것이 여간 쉬운 일이 아닌 것을 또 느끼기도 했다. 괜히 작가가 아닌 것 같다. 에세이 초반 정착민에 대한 삶을 어느정도 정리하면서 흘러가는 삶인 스트리밍라이프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는데 책 마지막에 아내와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는 것도 좋은 것 같다고 이야기한 내용과 귀결되는 것 같다.

시칠리아는 삼백년 전 지진으로 일부 도시를 다시 재건했다는 내용을 담으면서 내일 당장 죽음이 찾아올지 모르는데 오늘의 행복을 미루지 말고 즐기라고 하는 작가의 메시지도 좋았다. 죽음은 아니더라도 코로나 상황으로 과거의 당연했던 것들이 당연시 되지 않는 삶을 살면서 한때 여행을 많이 다녔던 것도 다행이라 생각하지만, 그때 못해본 것들에 대해서 후회도 많이 남는다. 꼭 죽음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예견치 못한 상황들이 앞으로 더 있을 수 있는데 할 수 있는 것, 해보고 싶은것은 미루지 않고 해야한다고 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렇게 지금 이 내용을 쓰면서도 나도 역시 내가 잃어버린 것은 무엇일지 생각해보고 있다.

나도 지금의 상황에 안주하여, 정착민의 삶에 안주하여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무엇일지..잃어버린 것을 다시 찾게되는 날, 그게 무엇이든 미루지 않겠다.
여행에세이지만 여행 전, 후의 작가의 메시지가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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