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한 책이길래 살까말까 고민하던 중에 예스 북클럽에 올라와서 읽게되었다.
아무런 정보 없이 읽어야 한다길래 작가 이름도 제대로 외우지 않고 읽어서 룰루밀러인지 룰루레몬인지 혼자 헷갈려하고 ^^.
이렇게 아무런 정보 없이 읽은 책은 오랜만이었던 것 같다.
‘아무런 정보 없이 읽어야 한다’는 각종 추천사들의 말 조차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처음에는 이게 소설인지, 실화를 기반으로한 내용인지, 아무것도 몰라서 안개속을 걷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눈앞에 커튼을 걷듯 마지막장으로 갈 수록 그 안개는 걷혀졌다.
원래 책 읽기 전에 대략 어떤 내용을 다루는지 정도는 알고 보는데, 혹여 그렇지 못하더라도 지금 읽고 있는게 소설인지, 수필인지정도는 인지하는데 이 책은 정말, 정말로 아무것도 모른 채 읽었다.
데이비드의 끈기와 노력들, 아무리 힘든 상황속에서 한계에 부딪쳐도 일어서는 그 낙관적 마음가짐들에 대해
스스로도 반성하고 용기를 얻어가며 읽었는데, 웬걸..
범주화된 모든 것을 경계하라는 메시지에서 내가 읽었던 것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
지금까지 내가 정답이라 여기며 보고 들은 모든 것들은
무의식 속에서 범주화 되었을 것이고 그것으로 인해 내가 놓친 것들이 있었을 것이다.
아마 태어날때부터 범주 속에 있는 것들이 무궁무진할 것이다.
내가 보고, 듣고, 읽고, 생각한 모든 것들이 순수한 나만의 것이 아니라
이미 누군가의 손길로 만들어진 또 하나의 범주화된 내용들이었을 것이다.
세계의 질서, 하지만 그 이면에 존재하는 편견.
무한한 가능성을 제한하는 범주.
내 눈을 가린 커튼 너머의 것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미 만들어진 질서와 규칙들에 옭아지지 말 것.
- 나는 그 커튼들 너머, 우리가 자연 위에 그려놓은 선들 너머를 간절히 보고 싶었다. 다윈이 거기 있을 것이라 약속했던 땅, 분기학자들이 볼 수 있었던 땅, 어류는 존재하지 않으며 자연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더 경계가 없고 더 풍요로운, 아무런 기준선도 그어지지 않은 그곳을.
- 이건 내가 그려왔던 인생이 아니었다. 체격이 아주 작고, 나보다 일곱살이 어리며, 자전거 경주에서 나를 이기고, 툭하면 나를 향해 어이없다는 듯 눈동자를 굴리는 여자를 쫓아다니는 것은. 그러나 이건 내가 원하는 인생이다. 나는 범주를 부수고 나왔다. 자연이 프린트 된 커튼 뒤를 들쳐보았다.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무한한 가능성의 장소를 보았다.
- 우리가 세상을 더 오래 검토할수록 세상은 더 이상한 곳으로 밝혀질 것이다.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은 사람 안에 어머니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잡초 안에 약이 있을지도 모른다. 당신이 얕잡아봤던 사람 속에 구원이 있을지도 모른다.
- 이 폭풍우는 짜증스럽기만 한 것일까? 어쩌면 그것은 거리를 혼자 차지할 수 있는 기회, 온몸을 빗물에 적셔볼 기회, 다시 시작할 기회일 수도 있다. 이 파티는 당신이 예상하는 것만큼 따분할까? 어쩌면 그 파티에서는 담배를 입에 물고 댄스플로어 뒷문 옆에서 당신을 기다리는 친구가 있을지도 모르고, 그 친구는 앞으로 수년간 당신과 함께 웃고 당신의 수치심을 소속감으로 바꿔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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