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란 작가의 책은 ‘바깥은 여름’을 먼저 접했다.
그 단편집도 결핍, 부재, 결여와 같은 내용이 담겨 있어 우울한 분위기의 내용이었지만 왠지 모를 따뜻함도 느껴져 기억에 많이 남아있다.
‘비행운’은 두가지의 의미가 함축돼 있다.
말 그대로 행운이 없는 상태의 비행운(非幸運),
구름이 훑고 지나간 곳에 생기는, 파란 하늘에 구름 한줄기를 남김으로써 희망과 설레임을 주는 비행운(飛行雲).
소설 속 주인공들은 자유로운, 행복을, 설레임을 추구하는 비행운(飛行雲)을 꿈꾸지만 정작 그들이 마주한 현실은 그렇지 않은 비행운(非幸運)적이며 더 심연상태로 빠지기도 한다.
이런 소설 속 인물들의 비행운(非幸運)적 상황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마주할 수 있을만큼 현실적이다.
정말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라 할 수 있으며 누구나 한번 쯤은 느껴본 감정들이다.
그래서 더 감정이입이 되어 울적해지는 기분을 느끼는 것일지도, 책을 덮고도 계속 생각이 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한가지 비행운(非幸運)적 상황을 비행운(飛行雲)적으로 만드는 것은 독자 각자에게 달려있다.
소설에서는 완전히 닫힌 결말을 제시하지 않는다.
‘벌레들’에서 지나가는 행인이나 주민들이 나와 주인공을 도와 병원으로 가서 안전하게 아이를 낳았을 수 있고,
‘호텔니약따’에서는 서윤이나 은지 중 한명이 먼저 용기내어 서로의 상황을 툭 터놓고, 비온 뒤에 땅이 굳듯이 둘의 사이는 더 단단해질 수도 있다.
‘서른’에서 주인공 역시 이 편지가 ‘언니’에게 간 상태로, 이미 혜미를 만나 사죄했을 수도 있다.
그 어떤 상황을 상상하든, 독자의 뜻에 따라 소설 속 인물들의 비행운은 달라질 수 있다.
소설 속 인물들 뿐만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독자 누구나 독자 스스로의 생각과 판단, 용기와 행동으로 이 세계를 헤쳐나갈 수 있다. (나에게 하는 얘기..ㅎ)
그렇기에 우울한 상태로 책을 덮더라도, 각자의 생각과 상상에 따라 이 소설은 독자들에게 용기를 줄 수도, 그저 우울함을 계속 지니게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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