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리뷰] 가재가 노래하는 곳 - 델리아 오언스

nya-ong 2021. 9. 19.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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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 있음

1950~70년대 미국 남부 해안가를 배경으로 한 소설로, 카야라는 여자주인공의 인생을 담은 성장소설이다.

1950년대 카야의 어린시절과 1969~70년대 현재(체이스의 죽음을 수사하는 보안관의 시점)가 교차로 전개되다가 한 시점에서 만나게 되고 그 때부터는 쭉 현재의 시점으로 서술되는 방식이다.

카야네 가족은 사람들이 사는 마을과 떨어진 습지에서 살고 있는데 아버지의 가정폭력으로 어머니와 형제들이 다 떠나버린다. 그리고 카야는 4~5살부터 홀로 사는 법을 배우게 된다. 가족들이 다 떠나고 카야의 노력으로 아버지와 잠시나마 친밀해지지만, 그 역시 오래가지 못하고 아버지도 카야를 떠난다. 카야는 습지에서 홍합을 캐고, 고기를 잡아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서 유일하게 소통하는 점핑씨네 가게에 팔면서 그렇게 성장한다. 카야 오빠인 조디의 친구 테이트가 카야에게 글도 가르쳐주기도 하며 그렇게 둘은 사랑에 빠진다. 테이트가 다른 도시로 대학을 가면서 헤어지지만, (정확히 말하면 테이트가 잠시 배신을..) 마을에서 바람둥이로 통하는 체이스를 만나며 외로움을 달랜다. 테이트에게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체이스에게는 마음을 열지 않지만 체이스가 카야와의 결혼까지 생각하는 모습을 보며 점차 마음을 연다. 물론 체이스는 카야와 잠자리를 하기 위한 입털기용이었다. 그리고 뻔한 이야기지만 체이스는 다른 여자와 결혼하고, 테이트는 자기 욕심에 잠시 카야를 배신했지만 카야를 잊지못하고 다시 용서를 구한다는 뭐 그런 이야기.

이런 카야의 성장스토리는 과거부터, 체이스의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보안관의 현재 시점이 엇갈려 전개되다가 카야가 체포되고 재판을 받는 내용, 그리고 카야와 테이트의 결혼 후 삶이 소설의 후반부를 완성한다.



소설의 큰 흐름인 카야의 사랑이야기는 다른 로맨스소설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그 내용들이 엄청난 흡입력을 보여주며 거기엔 작가의 풍부한 묘사가 한 몫 한다.

처음엔 작가가 묘사하는 풍경이 머릿 속에서 상상이 되지 않아 책이 쉽게 읽히지 않았다.
하지만 어둠속에서도 시간이 지나면 눈이 어둠에 익숙해 지듯이,
어느정도 머릿속에 등장인물, 습지와 같은 주요 배경들이 자리잡으면 면 그 때부터 술술 읽힌다.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는 것을 이렇게 표현한 부분이 인상 깊다.

아직 수줍어 겨울에 순종하는 해가 이제 고약한 바람과 못된 비가 쏟아지는 나날들 사이로 빼꼼 얼굴을 디밀고 밖을 내다보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날 오후, 거짓말처럼 봄이 팔꿈치로 쑥 밀치고 들어와서는 아예 눌러앉았다.



자연의 섭리와 인간사의 대조를 보여주는 재미있는 부분 외에 사회적 약자를 향한 차별, 페미니즘 요소들도 찾을 수 있다.

시대적 배경이 인종분리정책이 시행되던 때이고, 인종차별이 당연시 되던 때라 차별과 편견에 대한 내용도 담겨있다.
또 여성들의 연대와 카야 그 자체로 여성의 독립을 보여주는 페미니즘적 표현도 곳곳에 숨어 있다.

다들 엄마 말 잘들어. 이건 진짜 인생에 있어 중요한 교훈이야. 그래, 우리배는 좌초돼서 꼼짝도 못했어. 하지만 우리 여자들이 어떻게 했지? 재밋거리로 만들었잖아. 깔깔 웃으며 좋아했잖아. 자매랑 여자 친구들은 그래서 좋은거야. 아무리 진흙탕이라도 함께 꼭 붙어있어야 하는 거야, 특히나 친창에서 같이 구르는거야.”

“카야에게도 여자친구들이 필요해요. 영원히 지속되거든. 서약도 필요없고. 여자들끼리 꼭꼭 뭉쳐다니면 거기가 이 땅에서 제일 따뜻하고 제일 터프한 곳이지요.”


카야가 사람들을 피해 숨고, 생존을 위해 최소한만 마을을 방문하고
자연을 벗삼아 고독을 이겨내려 하지만 이겨내기 힘든 고독으로 인간의 외로움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사실 그 외로움은 인간 본연의 모습이라기보다 사람들이 만들어난 편견과 차별이 만들어낸 것이라 작가는 말하고 있다.

어린 여자아이가 홀로 남았지만 그녀를 위해 사회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고
마시걸, 늪지 쓰레기라 비하하고 혐오만 할 뿐 사회로 데리고 와 포용하지 않았다.
일반 사람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사실 다른 것도 사는 곳과 사는 방식이 조금 다를 뿐인데..)

“(…) 우리와 다르기 때문에 캐서린 클라크(카야)를 소외시켰던 건가요, 아니면 소외시켰기 때문에 그녀가 우리와 달라진 건가요? 우리가 일원으로 받아주었다면, 지금 그녀는 우리 중 한 사람이 되었을 겁니다. (…) 그녀를 향한 편견도 없었을 겁니다. (…) 마침내 우리가 마시걸을 공정하게 대우할 때가 온 것입니다.”

카야는 가족도 없고 친구들도 없는 외톨이, 혼자처럼 보이지만
테이트, 돌아온 조디, 점핑부부를 포함한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무죄를 받고 사회의 일원이 된다.

카야는 결코 혼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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