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700페이지 분량의 니베아 - 클라라 - 블랑카 - 알바로 이어지는 4대에 걸친 여성들의 이야기다.
이 여성들이 이끌어가는 이야기 중심에는 클라라의 남편인 에스테반 트루에바가 있다.
흔히들 이 소설을 마술적 소설이라고 하는데..음..
그런 마술적이고 비현실적인 부분은 이야기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는 것 같다.
오히려 칠레의 역동적인 역사를 배경으로 한 한 집안의 이야기로 사회 고발적 소설쪽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무튼 이 책을 추천한 김영하 작가는 이러 저러한 경향으로 분류하면 오히려 소설의 매력이 잘 포착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말엔 동감하는 바이다!
소설의 후반부에서 사회주의가 정권을 잡고 몇 년 되지 않아 군부 쿠데타로 정권이 바뀌게 되는데
우리나라의 70~80년대가 떠올랐다. 이념과 사상에 대해서도 계속하게 생각해보게 된다.
어떻게 생각하면 인류는 우주의 먼지에 지나지 않는데 이념과 사상이 뭐라고 그렇게 사람들을 잔인하게 죽여가며 권력을 쟁취하려 드는걸까.
강렬한 기나긴 이야기를 이끌어온 작가의 메시지는 비로소 후반부에 명확해 지는 것 같다.
칠레의 군부 쿠데타에 아무 죄 없이 고문과 학살을 당한 참혹한 모습을 기록적 소설로서 알리고자 한 것,
아무것도 알고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의 평온하고 정돈된 삶 한편으로 얼마나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만방에 알려야 한다고 했다. 정상적인 삶을 꾸려 나가고 있다는 환상에 빠진 사람들과 자신들이 뗏목에 몸을 싣고 슬픔의 바다 위를 정처없이 표류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들에게 그 참상을 알려야 한다고 했다 행복에 겨운 그들의 세상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어두운 곳에는 방황하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나 죽어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모든 일은 단순한 우연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없으며, 그 사건은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 밖에 없다는 운명주의를 내포하고 있다.
소설속에서도 결국 에스테반이 젊은 시절 저지른 악행들의 씨앗이 나중엔 손녀인 알바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 것 처럼.
역사가 반복되듯, 알바가 겪었듯, 복수는 복수를 낳기에 그 악순환의 고리는 누군가 끊어야 한다는 것.
죽을만큼 힘든 고통을 겪었음에도 알바는 미래 세대들을 위해서라도 그 복수의 고리를 끊는다.
그 어느 것도 우발적으로 일어난 일은 없었다. 그 모든 일이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짜여진 운명에 상응하는 것이었으며, 에스테반 가르시아도 그 일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거칠고 삐뚤어진 부분이었지만, 그 어느 것도 괜히 존재하는 것은 없었다.
내가 복수를 하게 되면 마찬가지로 처절한 복수의 연장이 되기 때문에 이제는 복수받아 마땅한 사람들 모두에게 복수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 내 임무는 살아남는 것이고, 내 사명은 두고두고 증오를 연장시키기 보다 이 원고를 채우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우리나라의 대표 작가인 박완서 선생님도 육이오전쟁의 참상을 알리고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대표로, 증언자로써 '싱아'와 '그산~'을 기록소설의 하나로 집필하셨다.
혼란했던 근현대사는 비단 우리나라와 칠레뿐만 아니고, 강대국들은 어디서나 정말… 정말.. 양아치다!
*김영하북클럽 8월의 책 인스타라이브 - 영혼의 집
https://vimeo.com/595557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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