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때 였던 것 같다. 책을 읽자던 예능프로그램을 보고 아무 생각 없이 싱아를 읽긴 읽은것 같은 흐릿한 기억이 있다.
십여년이 지난 지금, 다시 읽으면서 든 생각은 어릴 때의 나는 무슨 생각으로 이 책을 읽었나? 뭘 알고는 읽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박완서 선생님의 어린 시절부터 1.4후퇴까지의 이야기는 싱아에 담겨 있고
1.4후퇴 이후 결혼까지의 이야기가 그 산에 있다.
그리고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결혼 이후부터 작가가 되기 까지의 삶은 마지막 3부작인 그 남자네 집에 있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청소년기의 박완서를 담은 싱아에서 ‘나’는 엄마나 오빠, 친척들의 울타리 속에서 보호자가 있는 보호받는 사람이었지만
성년이 된 그산에서의 ‘나’는 이제 ‘나’가 올케와 함께 가장이 되어 보호해야 할 가족이 있는 보호자로서의 모습을 그려낸다.
본인의 삶을 3등분하여 소설에 자서전처럼 풀어놓으셨다.
싱아에 실린 작품해설에서 남들이 대신써줄 수 없는, 박완서 선생님의 기억만이 묘사를 가능케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그 한 문장이 이 자전적 소설들을 표현하는 문장이 아닐까 싶다.
일제강점기 시절, 6.25를 소재로 한 많은 소설들이 있지만 이 소설이 특별한 점은 단연 ‘묘사’다.
교과서 적으로 배운 내용들이나 그 땐 그랬지 하는 다소 추상적이고 뭉뚱그려진 내용들이 아니라
전쟁 속에서 소시민의 삶 - 각자의 상황 속에서 피난 간, 미처 가지 못한, 피난을 가지 않은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전쟁통에서도 살고자 하는 몸부림과 그래도 다시 삶의 터전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의 깊숙한 모습들- 마치 내 옆의 이웃처럼 묘사한다.
소설에서 또 하나, ‘나’와 엄마와의 관계다.
성평등, 젠더의식에 관해 엄청난 통찰력, 촌철살인 같은 박완서 선생님의 말들을 조각 조각으로 본 적이 있다.
일반적인 모녀는 애증의 관계일 것이다. 물론 ‘애’와 ‘증’ 중 어느 쪽에 더 기울어져있는 것은 각자사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말이다.
소설 속에서도 ‘나’는 엄마를 존경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엄마를 미워하고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소설은 현재에서 과거를 보는 시점으로 쓰여지기 때문에 과거의 어떠한 점이 현재의 상황에 영향을 미쳤다던가하는과거에서 현재가 연결되기도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훗날 딸의 작품을 읽고 ‘그것밖에 못쓰냐’고 했던 엄마의 말이 상처가 되었다는 작가의 솔직한 내면이 드러나기도 한다. (선생님 어머니의 솔직한 마음은 아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 시대에서는 파격적일 수 있는 어머니의 교육열은 딸에게도 영향을 미치며 ‘너는 신여성이 돼야 한다’는 말처럼 어머니는 꿈을 이루신 것 같다.
시대상을 담은 책을 올 상반기에 많이 읽었지만 6.25전쟁 상황을 배경으로 한 소설은 오래만에 읽었다.
사상이 무엇일까, 이데올로기가 무엇일까? 그것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고 소중한 생명들을 앗아갈까?
최근 미군이 철수하고 탈레반이 다시 아프간을 점령하고 있다.
가장 큰 피해를 받는 것은 결국 민간인들, 그 중에서도 약자인 여성과 어린이들일 것이다.
가장 우려하는 바는 역시 후퇴할 가능성이 높은 여성인권이다.
여러 관계가 얽혀있겠지만 결국 ‘사상’의 문제가 아닐까싶다.
이 와중에 아프간 대통령은 수억원의 현금을 들고 도망갔다고 한다.
6.25 전쟁 중에 국민들에게는 서울은 안전하다며 ‘가만히 있으라’고 안심시키고 혼자 몰래 도망간 그 분이 생각난다.
결국은 결과론적 이야기만 외세 없이 우리 힘으로 광복을 맞이했다면,
광복 이후 친일파 청산을 했다면, 혼자 도망간 그 분이 초대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우리나라는 지금쯤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어제가 마침 광복절이었기 때문에 여러가지 생각들이 겹친다.
https://news.v.daum.net/v/202108151315028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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