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아 작가와 남궁인 의사의 서간문
작가도 좋아하는 작가이고, 제목도 마음에 들어서 다른책들과 함께 오랜만에 종이책을 구매했다. 작년부터 서간문이 연재되는 동안 이슬아 작가의 sns에 관련 피드가 올라오는 것을 보긴했는데 사실 유의깊게 보진 않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동네에서 열린 이슬아 작가의 특강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그녀가 말하길,
“남궁인 선생님과의 서간문으로 저를 처음 알게 되는 분들은 저를 ‘사이다’라고 생각하시더라구요. 그럴때마다 저는 초조합니다. 그래서 그분들이 빨리 저의 허술함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당시에 이 서간문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무슨 말인가 했는데 읽으면서 무슨 말인지 충분히 이해가 됐다.
하지만 ‘사이다’ 같은, 남궁인 선생님을 향한 이슬아 작가의 꾸짖음도 상대가 남궁인 선생님이니까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었던게 아닐까? (적당한 표현이 생각나지 않는데 쉽게 말하면, 누울 자리 보고 뻗는다는 류의 “긍정적”인 의미로..)
이슬아 작가의 편지가 통통튀는 느낌이라면 남궁인 선생님의 편지는 잔잔한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나는 이슬아 작가의 글이 좋다. 우선 재밌다. 그리고 쉽고 가볍게 읽을 수 있다. 그런데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한번쯤은 생각해봐야 할,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사회적 이슈도 다룬다.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술술 읽게 하고 독자로 하여금 함께 생각을 나눌 수 있게 만드는 능력이 대단하다.
이 서간문에서도 역시 아동학대, 젠더폭력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막연하고도 추상적으로, 내 머릿속을 부유하던 감정과 생각을 딱 문장으로 구체화시키는 것을 보니 작가는 역시 작가란 생각도 들었다.
아내에게 잡혀 산다는 남편의 말이 특정 남성 집단에서 유머 코드로 통용될 수 있어도, 남편에게 잡혀 산다는 아내의 말은 어느 집단에서나 웃음이 나오지 않는 이야기가 되는 것과 비슷합니다. 먼지만큼 사소한 문장이지만 그것을 읽으며 우리가 가진 젠더 권력이 서로 다르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래서 다른 책들을 읽다가 가볍게 머리 식히는 용으로 읽게되더라도 사사로이 넘어갈 수 없는 문제들을 상기시켜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든다. 남궁인 선생님이 이슬아 작가에게, 이슬아 작가가 남궁인 선생님에게 다시 말해준 이 말은, 나에게도 해당된다.
“선생님은 제 세계를 확장시켜주십니다”
이슬아 작가 특강에서 앞으로 나올 신간을 직접 소개를 해주었었는데, 작가 본인의 이야기가 아닌 인터뷰 책이어서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었다. 하지만 오히려 이 서간문을 통해 상대방을 궁금해하며 관심을 갖고, 그렇게 상대방의 재발견을 도와주는 인터뷰어로서의 이슬아 작가의 모습이 궁금해서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쩜 그렇게 호기심이 많을까?
무튼 세상을 발전시키고 변화시키는 힘은 좋은 질문에서 나오고, 좋은 질문이 좋은 답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훌륭한 질문이 훌륭한 답을 도출해낸다. 타자들에 대한 그녀의 질문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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