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29

[도서리뷰] 자기만의 방 - 버지니아 울프

과거에 언젠가, 과학자나 소설가 등 유명한 위인들은 대부분이 남자일까, 여자는 왜 이렇게 적을까라고 막연히 생각해본적이 있다. 최근 톨스토이 책을 읽으면서 톨스토이 외 고전 소설의 작가들을 살펴볼 때에도 거의 대부분이 남자네 라는 생각을 잠시 했었던 적이 있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준다. 당대의 환경과, 사회와, 사람들의 인식이 여성들이 글을 쓸 수 없게 만들었다. 글을 쓸 수 없는 환경이었고, 사회였고, 사람들 역시 ‘여자가 글을?’ 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던 때. 설혜심 교수가 쓴 ‘소비의 역사’에서도 한번 느꼈지만, 가부장제 사회는 과거 서구에서도 어마어마했던 것 같다. 울프는 트리벨리언의 ‘영국사’에서도 여성비하적인 표현을 언급하며 여성의 지위에 대해 이야기 한다..

2022.01.31

[도서리뷰] 한 말씀만 하소서 - 박완서

한순간에, 너무나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들을 잃은 어미의 절절한 내면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일기이다. 극한 상황에서 통곡대신 쓴 것이라 작가는 밝히고 있다. 너무나 솔직한 감정들, 나의 불행으로 인해 세상과 신을 저주하는 그 날것의 감정들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런 작가의 감정들을 활자로 느끼면서 ‘사람이 어떻게 이런생각을?’ 이라기보다는 ‘사람은 다 똑같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충분히 사람이기에 들 수 있는 감정과 생각들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를 낳아보지도 않았고, 내 자식처럼 생각하는 아이도 없는 터라 참척의 고통을 감히 헤아릴 수 없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 속에 느꼈던 감정들 만큼은 공감할 수 있었다. 자식을 잃은 슬픔과 이 이후를 살아가야 하는 부모의 심정을 가시박힌 손가락으로 비유했는데, 정말 그런..

2022.01.08

[도서리뷰] 나목 - 박완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와 ‘그 산이 정말 거기있었을까’를 읽은 사람이라면 알듯이 박완서 선생님은 미군부대 px초상화부에서 미군들에게 초상화를 그리도록 하는 일을 하셨는데 그 때 ‘나목’이라는 작품으로 박수근 작가와 만난 인연이 있었다. 나목은 그때 만난 박수근 작가를 모티브로 쓴 장편소설이다. 박완서 선생님의 글들을 가만히 읽다 보면 겹치는 에피소드들이 굉장히 많은데, 같은 소재들임에도 불구하고 각각 다채로운 이야기로 변모한다. 옥희도와 ‘나’ 사이의 미묘한 관계를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나’와 엄마와의 갈등관계도 꽤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데, ‘나’의 엄마는 전쟁 속에서 무자비한 학살과 그로 인해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상실감, 그 상실감으로 인해 살아가는 삶의 이유를 잃어..

2021.12.19

[도서리뷰]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박완서

박완서 선생님의 글은 소설만큼 산문도 너무 너무 좋다. 완벽한 시대상 반영, 내 마음을 뚫어보기라도 한 것 같은 심리묘사는 단연 최고인 것 같다. 이 책은 선생님이 쓴 산문 일부를 엮은 책이다. 선생님의 중년시절부터 노년시절의 이야기까지 다수 수록되어 있고, 느낌 상 노년기에 쓰신 산문의 비중이 높은 듯 했다. 삶을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한 성찰, 앞으로 남은 생에 대한 계획, 삶을 정리하는 단계가 고스란히 녹아져 있다. 아름다운(?) 노년을 위해 과거의 삶을 복기하는 과정도 무척 중요한 것 같다. 이 책 읽을 때 함께 들었던 노래 중에 분위기가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노래가 있다. Rhys Lewis - Things You Can’t Change http://naver.me/FvKCFu48 Thi..

2021.12.16

[도서리뷰] 기억나지 않음, 형사 - 찬호께이

확실히 찬호께이 소설은 13.67과 망내인이 단연 최고인 것 같다. 두 권을 읽고 이 소설을 읽으니 약간 싱거운 맛이 없지않아 있다. 조금 아쉽. 기억상실로 ‘나’를 잃어버린 형사가 사건을 추리하는 내용인데, 반전도 있다. 나는 예상치 못했던 반전이긴 해서 헉 하긴 했는데 뒤로 갈수록 뭔가… 짜치는 느낌.. 그래도 술술 읽히는 필력은 여전하다. 또 그가 묘사한 홍콩도, 우리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흉기를 든 범죄자가 있다면 경찰은 위험을 무릅쓰고 시민을 보호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경찰마저 숨어버린다면 누가 나서서 싸우고 악의 세력을 무찌른단 말인가?’ ‘경찰에게 가장 중요한 건 말야, 당연히 자기 목숨을 부지하는 일이지’ 라고 하는 대목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시민들을 위해 과감하게 나..

2021.12.16

[도서리뷰] 나의 아름다운 이웃 - 박완서

박완서 선생님의 짧은단편들을 모은 책이다. 선생님은 이를 콩트라고 표현했는데, 나에게 콩트는 코미디 프로그램의 코너가 생각날 뿐이어서 감이 잘 오지 않았다. 첫번째 콩트를 읽고 이게 끝인가? 하고 얼마나 뒤적였는지 모른다. 실제로는 단편소설이라고 하기 애매할 만큼 더 짤막한 글감들로 이루어져 있다. 신문 한켠에 실리는 분량정도? 이야깃거리가 많은 단편들은 1,2,3 으로 시리즈를 나누기도 했다. 짤막한 글인만큼 주인공들의 많은 이야기나 서사가 담겨있지는 않다. 그렇기 때문에 박완서 선생님이 글을 마무리 지으면, 독자가 그 이후를 생각하고 상상하면서 각자의 장편 소설로까지 끌어나갈 수 있지 않나 싶다. 그리고 제목처럼, 단편 속 이야기들은 우리 이웃들의 모습이다. 또 하나는 그 시대 상황은 지금과 크게 달..

2021.12.16

[도서리뷰] 자기 앞의 생 - 에밀 아자르 (로맹가리)

워낙 유명한 책. 반면 이 책의 작가인 에밀 아자르는 낯설다. 로맹가리는 들어봤는데 왜 이 책에서 둘이 같이 같이 언급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이 책을 읽고 비로소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큰 사건 없이 잔잔히, 긴 호흡으로 전개되는 과정 속에 정말 삶이란 무엇인지를 곱씹게 된다. 슬프지만 아름다운 소설이라고 하는지 알 것 같다. 여운이 길게 남고 계속 머릿속에 맴돈다. 그리고 내용을 다시 생각해보면서 계속 코끝이 찡해진다.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제목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모모, 하밀 할아버지, 로자 아줌마, 롤라 아줌마, 그리고 나를 이 책을 읽는 수많은 독자 개개인들의 자기앞의 생을 생각해볼 수 있다. 생은 사랑도, 기쁨도, 행복도 주지만 생은 고통을 주기도 한다. 생은 사..

2021.12.12

[도서리뷰] 모두를 위한 성평등 교육 - 이나영·최윤정·안재희·한채윤·김소라·김수아

서울시가 기획하고 사회학자, 연구자, 교육자, 활동가 등 관련 전문가들이 집필한 성평등에 관한 책이다. 각 저자가 성평등 주제를 하나씩 집필하여 독립적이기도 하지만 결국 성평등이라는 하나의 주제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페미니즘, 성평등을 위한 과거 여성들의 연대 서구에서 있었던 여성 운동 미투운동, 여성운동사의 관점에서 본 위안부 우리나라의 성평등 교육 아름다움의 신화와 미디어의 재현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 성적 자기결정권의 의미 엔번방 사건으로 본 디지털 성폭력 등 다양한 주제로 엮어져 있기 때문에 평등, 페미니즘을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가부장적 사회에서는 피해자를 위한 법도 남성편이었다. ‘부녀’라는 말이 갖는 한계, 피해자는 ‘부녀..

2021.09.22

[도서리뷰] 밝은 밤 - 최은영

김영하 북클럽 8월 책인 ‘영혼의 집’ 라이브 방송에서 김영하 작가가 독자들에게 묻는다. 여러분은 여러분들의 가족사를 의식적으로 파고 들어가본 적이 있느냐고, 할머니는 어떤 분이셨는지, 할머니의 할머니는 어땠는지 작심하고 파 본적이 있느냐고. ‘밝은 밤’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영혼의 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와 ‘나’가 약 이십여년만에 희령이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우연히 만나고 증조할머니부터, 할머니, 엄마, 그리고 독자에게는 ‘나’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밝은 밤’은 여성을 주축으로 하여 등장인물들은 각자 살아온 시대의 여성들을 상징한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은 여성을 상징하는 증조할머니 삼천이와 새비 한국전쟁 이후 교육보다는 돈을 벌고 가정을 꾸렸던 대부분의 여성을 상징하는 할머니 영옥과..

2021.09.21

[도서리뷰] 가재가 노래하는 곳 - 델리아 오언스

* 스포 있음 1950~70년대 미국 남부 해안가를 배경으로 한 소설로, 카야라는 여자주인공의 인생을 담은 성장소설이다. 1950년대 카야의 어린시절과 1969~70년대 현재(체이스의 죽음을 수사하는 보안관의 시점)가 교차로 전개되다가 한 시점에서 만나게 되고 그 때부터는 쭉 현재의 시점으로 서술되는 방식이다. 카야네 가족은 사람들이 사는 마을과 떨어진 습지에서 살고 있는데 아버지의 가정폭력으로 어머니와 형제들이 다 떠나버린다. 그리고 카야는 4~5살부터 홀로 사는 법을 배우게 된다. 가족들이 다 떠나고 카야의 노력으로 아버지와 잠시나마 친밀해지지만, 그 역시 오래가지 못하고 아버지도 카야를 떠난다. 카야는 습지에서 홍합을 캐고, 고기를 잡아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서 유일하게 소통하는 점핑씨네 가게에 팔면..

2021.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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