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29

[도서리뷰] 고양이에 대하여 - 도리스 레싱

책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읽어보고 싶었다. 표지의 삽화는 도리스 레싱과 그의 고양이 루퍼스같다. 루퍼스 턱에 살포시 손을 올려둔 것 같지만 집사인 내가 보기엔 살짝 앙 - 하고 물고 있는 것 같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집사라면 이 책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고양이에 대해 하고싶은 말들이 많으므로. 내 옆에 있는 우리 고양이뿐만 아니라 내 인생을 스쳐 지나간 길고양이들을 곱씹어 보기도 했다. 도리스레싱의 고양이에 대하여는 1967년 출간한 특히 고양이는 과 1989년 출간한 특히 고양이는, 살아남은 자 루퍼스 그리고 2000년 출간한 엘 마니피코의 노년을 합친 합본이다. 그녀의 인생에 걸친 고양이들에 대한 에피소드를 묶어놓음으로써 다양한 고양이들을 만날 수 있다. 그 중에는 고양이..

2021.09.12

[도서리뷰]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 박완서

중학생 때 였던 것 같다. 책을 읽자던 예능프로그램을 보고 아무 생각 없이 싱아를 읽긴 읽은것 같은 흐릿한 기억이 있다. 십여년이 지난 지금, 다시 읽으면서 든 생각은 어릴 때의 나는 무슨 생각으로 이 책을 읽었나? 뭘 알고는 읽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박완서 선생님의 어린 시절부터 1.4후퇴까지의 이야기는 싱아에 담겨 있고 1.4후퇴 이후 결혼까지의 이야기가 그 산에 있다. 그리고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결혼 이후부터 작가가 되기 까지의 삶은 마지막 3부작인 그 남자네 집에 있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청소년기의 박완서를 담은 싱아에서 ‘나’는 엄마나 오빠, 친척들의 울타리 속에서 보호자가 있는 보호받는 사람이었지만 성년이 된 그산에서의 ‘나’는 이제 ‘나’가 올케와 함께 가장이 되어 보호해야 할 ..

2021.08.16

[도서리뷰]이슬아 생활집_영월편 - 이슬아

이슬아 작가 인스타에서 영월군 지원으로 무료로 3000부를 배포한다는 피드를 접하고 바로 신청했다. 그리고 신청했다는 사실을 까먹을때쯤 우편으로 도착했다. 생각보다 고퀄리티bbb 약 110페이지 분량의 얇은 소책자이고 내용의 대부분은 영월의 모습, 영월에서 찍은 이슬아 작가의 사진, 요리 레시피이고 마지막에 수필 한편이 실려있다. 편안할 영, 넘을 월, - 안녕히 넘어가시길 이라는 수필. 어릴 적 영월에서 있었던 가족들과의 에피소드, 이번에 약 한달간 영월에서 지내면서 겪은 소소한 일상들이 담겨져 있다.

2021.08.08

[도서리뷰/김영하 북클럽 6월]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 에릭와이너

김영하북클럽 6월 선정도서를 이제야 완독했다. 약 500페이지의 꽤 두꺼운 분량이어서 주말에 주로 읽고 평일에는 자기전에 10분-20분씩 할애해서 다 읽었다. ‘철학’하면 고지식하고 따분한 교양의 하나라고 생각었다. 그러다가 20대가 지나고 30대가 되고, 사회생활의 짬도 생기고 인간관계와 주변환경에도 변화가 생기며 마음가짐에 대한 좋은 말들을 마음속에 새기는 날들이 계속되었다. 일명 마인드 컨트롤... 그러다가 자연스레 철학에 관심도 생기고 관련된 책을 읽어보고 싶던 차에 좋은 기회가 되었다. 제목의 익스프레스처럼 기차를 타고 과거 철학자들이 살았던 곳, 즐겨 찾았던 장소를 작가가 직접 찾아가고, 그들과의 대화를 시도하는 철학 에세이다. 그리고 철학자들과의 만남과 우리에게 들려주고픈 작가의 메시지는 우..

2021.08.07

[도서리뷰]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 - 이슬아, 남궁인

이슬아 작가와 남궁인 의사의 서간문 작가도 좋아하는 작가이고, 제목도 마음에 들어서 다른책들과 함께 오랜만에 종이책을 구매했다. 작년부터 서간문이 연재되는 동안 이슬아 작가의 sns에 관련 피드가 올라오는 것을 보긴했는데 사실 유의깊게 보진 않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동네에서 열린 이슬아 작가의 특강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그녀가 말하길, “남궁인 선생님과의 서간문으로 저를 처음 알게 되는 분들은 저를 ‘사이다’라고 생각하시더라구요. 그럴때마다 저는 초조합니다. 그래서 그분들이 빨리 저의 허술함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당시에 이 서간문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무슨 말인가 했는데 읽으면서 무슨 말인지 충분히 이해가 됐다. 하지만 ‘사이다’ 같은, 남궁인 선생님을 향한 이슬아 작가의 꾸짖음도 상대가..

2021.07.24

[도서리뷰] 이상한 정상 가족 (자율적 개인과 열린공동체를 그리며) - 김희경

, , 라는 책들과 시작점은 다르지만 맥을 함께하는 책이다. 우리나라 특유의 폐쇄적 가족주의, 집단주의를 비판하고 차별과 혐오가 없는 열린 공동체가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의 개인이 존중되어야 하고, 개인화가 강화되어야 한다는 것. (이기주의와 개인주의는 다르다) 우리가 겪는 대다수의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면 이 부분을 먼저 바꿔나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말하면 이 부분이 바뀌면 골머리를 앓는 굵직한 사회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다. 나도 한때 최소의 체벌은 그래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을 했는데 작가의 말대로 가랑비에 옷 젖는줄 모르듯이 체벌은 학대로 커질 가능성이 크다. 아동학대를 포함한 가정폭력은 가정 내 일이라는 이유로 국가의 개입이 어려웠다. 슬프지만 많은 아이들의 희생을 토..

2021.07.04

[도서리뷰]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

나는 마술사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마술을 할 때 긴장하는 바람에 문학의 고독 속으로 숨을 수 밖에 없었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소설 도입부 문장이다. 다 읽은 후에야 소설과 이 문장간의 상관관계와 그 의미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소설 표지의 이미지와 ‘햇빛이 어른거리는’이라는 표현이 담긴 제목은 늦여름 주말 오후처럼 나른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보여주지만 정작 소설은 죽음과 상실로 연결되는 단편 이야기들이 대다수다. 그러나 작가가 만들어내는 문체와 신비롭게 펼쳐지는 분위기로 인해 부정적이거나 우울한 느낌을 주진 않는다. 오히려 아련하고, 먹먹하고, 어린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지금은 없어졌다는 대만 타이베이의 ‘중화상창’이라는 큰 상가를 배경으로, 그리고 육교 위 마술사가 중심이 되어 ..

2021.07.04

[도서리뷰]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 - 노명우

서른이 넘어가고 서른 중반을 달리는 지금, 내 주변인은 크게 세그룹으로 나뉜다. 기혼자, 아이없는 기혼자, 미(비)혼자 보통 비혼이라기보다 결혼을 아직 하지 않은 미혼에 가깝다. 그렇다고 후다닥 결혼을 서두르고 싶지 않고, (주변에서 많은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손해일 수 있는 결혼이라면 안하는게 낫다는 생각을 하면서 결혼은 점점 내게서 멀어져 간다. 그래서 혼자 노후를 보내는 미래를 자주 생각하기 된다. 이 책은 마침 그렇게 생각이 깊어지던 때 만나게 되었다. 뭔가 1인 가구로 살아가는 법에 대해 서술한 책인 줄만 알았는데 꼭 그렇지 않았다. 개인과 사회, 집단의 각 특징과 각각의 관계 속에서 건강한 홀로서기에 대해 이야기 한다. 사회학자 겸 교수인 작가 역시 1인 가구로 살고 있어서 그런지 1인 ..

2021.07.03

[도서리뷰] 부지런한 사랑 - 이슬아

‘어린이라는 세계’ 이후에 바로 읽었던 책, ‘어린이라는 세계’는 어린이 보호자의 관점으로 쓰여진 책이라면 ‘부지런한 사랑’은 어린이들과 비슷한 입장에서 (물론 선생님의 위치지만 전자의 책보다는 조금더 가깝게) 함께 호흡한 글인 것 같다. 작가는 글방 아이들의 글을 원문 그대로 실어놓았는데 글이 너무 귀여워서 술술 읽어내려갔다. 귀여운게 끝이 아니다. 정말 잘 썼다. 내 기준으로 잘 쓴 글은 읽는이가 글쓴이의 감정과 상태를 공감하고 그 보이지 않는 감정을 온전히 느끼고 글쓴이의 간접경험을 내가 경험하듯이 느껴지게끔 하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 쪼꼬미들의 글이 그랬다. 어찌 그렇게 본인들의 감정을 솔직담백하게 잘 표현했는지 대단했다. 아이들이 쓴 글의 주제인 ‘ooo(본인) 사용 설명서’는 현재의 ‘내’가 ..

2021.06.28

[도서리뷰/김영하 북클럽 2월] 어린이라는 세계 - 김소영

나는 과거에 어린이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정말 부끄럽지만 어린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 자체를 어떻게 보면 자랑스럽게 여겼던 듯 했던 것 같다. 오히려 어린이들을 좋아한다는 친구들을 보며 “왜?” 라는 생각을 했다. 기차에서 아이를 달래는 부모에게 나가서 달래주시라고 차갑게 얘기했던 적도 있었다. 세월이 흐르고 내 주변에 하나둘씩 어린이가 생기면서, 어린이들이 성장하는 과정들을 눈으로 보고, 부모가 된 지인들을 이해하면서 과거의 나를 부끄러워하게 되었다. 나도 그랬듯 어느 순간부터 ‘혐오’가 만연한 사회가 된 것 같다. 그 혐오의 대상은 다양하다. 어린이, 외국인, 여성, 노인 등.. 그리고 그 대상은 보통... ‘약자’ 였다. 그러나 그 약자는 상대적인 것으로 지금은 아닐지..

2021.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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