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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 기억나지 않음, 형사 - 찬호께이

확실히 찬호께이 소설은 13.67과 망내인이 단연 최고인 것 같다. 두 권을 읽고 이 소설을 읽으니 약간 싱거운 맛이 없지않아 있다. 조금 아쉽. 기억상실로 ‘나’를 잃어버린 형사가 사건을 추리하는 내용인데, 반전도 있다. 나는 예상치 못했던 반전이긴 해서 헉 하긴 했는데 뒤로 갈수록 뭔가… 짜치는 느낌.. 그래도 술술 읽히는 필력은 여전하다. 또 그가 묘사한 홍콩도, 우리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흉기를 든 범죄자가 있다면 경찰은 위험을 무릅쓰고 시민을 보호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경찰마저 숨어버린다면 누가 나서서 싸우고 악의 세력을 무찌른단 말인가?’ ‘경찰에게 가장 중요한 건 말야, 당연히 자기 목숨을 부지하는 일이지’ 라고 하는 대목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시민들을 위해 과감하게 나..

2021.12.16

[도서리뷰] 나의 아름다운 이웃 - 박완서

박완서 선생님의 짧은단편들을 모은 책이다. 선생님은 이를 콩트라고 표현했는데, 나에게 콩트는 코미디 프로그램의 코너가 생각날 뿐이어서 감이 잘 오지 않았다. 첫번째 콩트를 읽고 이게 끝인가? 하고 얼마나 뒤적였는지 모른다. 실제로는 단편소설이라고 하기 애매할 만큼 더 짤막한 글감들로 이루어져 있다. 신문 한켠에 실리는 분량정도? 이야깃거리가 많은 단편들은 1,2,3 으로 시리즈를 나누기도 했다. 짤막한 글인만큼 주인공들의 많은 이야기나 서사가 담겨있지는 않다. 그렇기 때문에 박완서 선생님이 글을 마무리 지으면, 독자가 그 이후를 생각하고 상상하면서 각자의 장편 소설로까지 끌어나갈 수 있지 않나 싶다. 그리고 제목처럼, 단편 속 이야기들은 우리 이웃들의 모습이다. 또 하나는 그 시대 상황은 지금과 크게 달..

2021.12.16

[도서리뷰] 자기 앞의 생 - 에밀 아자르 (로맹가리)

워낙 유명한 책. 반면 이 책의 작가인 에밀 아자르는 낯설다. 로맹가리는 들어봤는데 왜 이 책에서 둘이 같이 같이 언급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이 책을 읽고 비로소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큰 사건 없이 잔잔히, 긴 호흡으로 전개되는 과정 속에 정말 삶이란 무엇인지를 곱씹게 된다. 슬프지만 아름다운 소설이라고 하는지 알 것 같다. 여운이 길게 남고 계속 머릿속에 맴돈다. 그리고 내용을 다시 생각해보면서 계속 코끝이 찡해진다.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제목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모모, 하밀 할아버지, 로자 아줌마, 롤라 아줌마, 그리고 나를 이 책을 읽는 수많은 독자 개개인들의 자기앞의 생을 생각해볼 수 있다. 생은 사랑도, 기쁨도, 행복도 주지만 생은 고통을 주기도 한다. 생은 사..

2021.12.12

[도서리뷰] 달려라, 아비 - 김애란

김애란 작가의 첫 소설집 다양한 문학지에 실었던 단편들의 묶음이다. 어떻게 하다보니 김애란 작가의 최근작부터 보다가 역순으로 접하고 있는데 과거 소설에서도 그녀의 세밀함과 통찰력이 드러난다. 마치 나를 내 옆에서 보는 것과 같은, 어쩜 그렇게 사람 속마음을 잘 묘사하는지 감탄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가 서술하는 감정과 현상들에 공감을 할 것이다. 달려라 아비는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여러 단편들 중 대부분은 아버지와 나의 이야기로 엮어져 있다. 책 뒤에 실린 해설 중 이 한문장이야 말로 이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을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인생에서 상처가 될 수 있었던 지점들을 상처로 만들지 않을 수 있었던 힘 김애란 작가의 작품들 대부분이 우울한 분위기에 대단히 현실적인 모습들을 보여주는데 달..

2021.10.23

[도서리뷰] 비행운 - 김애란

김애란 작가의 책은 ‘바깥은 여름’을 먼저 접했다. 그 단편집도 결핍, 부재, 결여와 같은 내용이 담겨 있어 우울한 분위기의 내용이었지만 왠지 모를 따뜻함도 느껴져 기억에 많이 남아있다. ‘비행운’은 두가지의 의미가 함축돼 있다. 말 그대로 행운이 없는 상태의 비행운(非幸運), 구름이 훑고 지나간 곳에 생기는, 파란 하늘에 구름 한줄기를 남김으로써 희망과 설레임을 주는 비행운(飛行雲). 소설 속 주인공들은 자유로운, 행복을, 설레임을 추구하는 비행운(飛行雲)을 꿈꾸지만 정작 그들이 마주한 현실은 그렇지 않은 비행운(非幸運)적이며 더 심연상태로 빠지기도 한다. 이런 소설 속 인물들의 비행운(非幸運)적 상황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마주할 수 있을만큼 현실적이다. 정말 보통의 평범한 ..

2021.09.26

[도서리뷰] 모두를 위한 성평등 교육 - 이나영·최윤정·안재희·한채윤·김소라·김수아

서울시가 기획하고 사회학자, 연구자, 교육자, 활동가 등 관련 전문가들이 집필한 성평등에 관한 책이다. 각 저자가 성평등 주제를 하나씩 집필하여 독립적이기도 하지만 결국 성평등이라는 하나의 주제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페미니즘, 성평등을 위한 과거 여성들의 연대 서구에서 있었던 여성 운동 미투운동, 여성운동사의 관점에서 본 위안부 우리나라의 성평등 교육 아름다움의 신화와 미디어의 재현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 성적 자기결정권의 의미 엔번방 사건으로 본 디지털 성폭력 등 다양한 주제로 엮어져 있기 때문에 평등, 페미니즘을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가부장적 사회에서는 피해자를 위한 법도 남성편이었다. ‘부녀’라는 말이 갖는 한계, 피해자는 ‘부녀..

2021.09.22

[도서리뷰] 밝은 밤 - 최은영

김영하 북클럽 8월 책인 ‘영혼의 집’ 라이브 방송에서 김영하 작가가 독자들에게 묻는다. 여러분은 여러분들의 가족사를 의식적으로 파고 들어가본 적이 있느냐고, 할머니는 어떤 분이셨는지, 할머니의 할머니는 어땠는지 작심하고 파 본적이 있느냐고. ‘밝은 밤’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영혼의 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와 ‘나’가 약 이십여년만에 희령이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우연히 만나고 증조할머니부터, 할머니, 엄마, 그리고 독자에게는 ‘나’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밝은 밤’은 여성을 주축으로 하여 등장인물들은 각자 살아온 시대의 여성들을 상징한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은 여성을 상징하는 증조할머니 삼천이와 새비 한국전쟁 이후 교육보다는 돈을 벌고 가정을 꾸렸던 대부분의 여성을 상징하는 할머니 영옥과..

2021.09.21

[도서리뷰] 가재가 노래하는 곳 - 델리아 오언스

* 스포 있음 1950~70년대 미국 남부 해안가를 배경으로 한 소설로, 카야라는 여자주인공의 인생을 담은 성장소설이다. 1950년대 카야의 어린시절과 1969~70년대 현재(체이스의 죽음을 수사하는 보안관의 시점)가 교차로 전개되다가 한 시점에서 만나게 되고 그 때부터는 쭉 현재의 시점으로 서술되는 방식이다. 카야네 가족은 사람들이 사는 마을과 떨어진 습지에서 살고 있는데 아버지의 가정폭력으로 어머니와 형제들이 다 떠나버린다. 그리고 카야는 4~5살부터 홀로 사는 법을 배우게 된다. 가족들이 다 떠나고 카야의 노력으로 아버지와 잠시나마 친밀해지지만, 그 역시 오래가지 못하고 아버지도 카야를 떠난다. 카야는 습지에서 홍합을 캐고, 고기를 잡아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서 유일하게 소통하는 점핑씨네 가게에 팔면..

2021.09.19

[도서리뷰] 고양이에 대하여 - 도리스 레싱

책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읽어보고 싶었다. 표지의 삽화는 도리스 레싱과 그의 고양이 루퍼스같다. 루퍼스 턱에 살포시 손을 올려둔 것 같지만 집사인 내가 보기엔 살짝 앙 - 하고 물고 있는 것 같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집사라면 이 책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고양이에 대해 하고싶은 말들이 많으므로. 내 옆에 있는 우리 고양이뿐만 아니라 내 인생을 스쳐 지나간 길고양이들을 곱씹어 보기도 했다. 도리스레싱의 고양이에 대하여는 1967년 출간한 특히 고양이는 과 1989년 출간한 특히 고양이는, 살아남은 자 루퍼스 그리고 2000년 출간한 엘 마니피코의 노년을 합친 합본이다. 그녀의 인생에 걸친 고양이들에 대한 에피소드를 묶어놓음으로써 다양한 고양이들을 만날 수 있다. 그 중에는 고양이..

2021.09.12

[전시] 앨리스 달튼 브라운 - 빛이 머무르는 자리

예전에 앨리스 달튼 브라운의 여름 바람을 인상깊게 봤던 적이 있다. 여름 바람에 펄럭이는 커튼과 청량한 바다, 그 바다 표면에 반짝이는 빛들이 아름다웠다. (작품 이름은 뒤늦게 알게되었는데 '느지막이 부는 바람'이었다) 올 여름에 서울에서 전시회를 한다는 소식을 뒤늦게 접했다. 코로나로 입장 제한이 있어 대기가 길다는 말에, 금요일 연차를 내고 오전에 부지런히 다녀왔다. 11시쯤 도착하니 발권하고 대기없이 바로 입장할 수 있었다. * 삼성역 4번출구 - 마이아트뮤지엄 총 4부작으로 작가의 연대기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시회 사진 촬영은 불가하고 이번 전시회를 위해 그린 신작 3점만 촬영을 허가해 놓은 듯 했다. 1,2부는 1970년대~90년정도까지(연도는 정확하지 않음) 그린 그림을 소개한다. 아마 그..

아무거나 2021.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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