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에, 너무나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들을 잃은 어미의 절절한 내면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일기이다. 극한 상황에서 통곡대신 쓴 것이라 작가는 밝히고 있다.
너무나 솔직한 감정들, 나의 불행으로 인해 세상과 신을 저주하는 그 날것의 감정들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런 작가의 감정들을 활자로 느끼면서 ‘사람이 어떻게 이런생각을?’ 이라기보다는 ‘사람은 다 똑같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충분히 사람이기에 들 수 있는 감정과 생각들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를 낳아보지도 않았고, 내 자식처럼 생각하는 아이도 없는 터라 참척의 고통을 감히 헤아릴 수 없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 속에 느꼈던 감정들 만큼은 공감할 수 있었다.
자식을 잃은 슬픔과 이 이후를 살아가야 하는 부모의 심정을 가시박힌 손가락으로 비유했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
가시를 뺄 때까지 계속 찌릿찌릿한 고통을 주며 가시박힌 손가락으로 뭘 해도 그 아픔은 계속 나와 함께 하는 것. 설사 가시를 뺀다 하더라도 그로 인한 상처는 여전할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으로 인한 고통, 그런 고통을 통해 삶에 대해 다시 성찰하고 깨달음을 얻는 일련의 과정을 엿볼 수 있다.
그렇게 치유의 과정 속에서 타국 땅에서 지내다가 작가는 다시 글을 쓰기 원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데, 앞서 읽었던 톨스토이의 일화와 장면이 겹쳤다.
- <이국에서 경험한 우리말에 대한 그리움은 곧 글을 쓰고 싶은 욕구의 다른 표현이었을 뿐임도 이제는 알게 되었다. - 박완서>
- <수많은 생각들이 떠오르며, 이제는 너무나 글을 쓰고 싶다. 나는 엄청난 내적 성장을 한 것 같다. - 톨스토이>
또한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답은 사랑인데, 박완서 작가는 자신이 참척의 벌을 받은 이유로 가족을 제외한 이웃에게는 무관심했던 본인의 과거행동을 반추하기도 한다. 그리고 본인의 홀로서기는, 역설적이지만 본인 혼자가 아니라서 성공한 것이라 이야기 한다. 이것도 사람이 사는 이유는 사랑이라고 답하는 것과 일맥상통하는것이 아닐까.
고통을 겪고 이겨내면서 내적 성장을 한다는데, 사랑하는 사람을 잃으면서까지의 성장을 원하지 않는것이 솔직한 마음..
이 책을 읽는 내내 털동생이 내 곁에 있었는데 털동생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그 생각만으로도 코끝이 찡해지고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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