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은 여자가 더 잘할 수 있어.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더 섬세하고 꼼꼼하지.”
“네가 이해해. 남자들은 원래 그렇잖아”
“남자들은 원래 정리정돈 못해.”
“여자애가 좀 깔끔떨지 못하겠니?”
“여자들은 원래 그러잖아~”
“남자는 능력이고 여자는 미모지.”
남자는 어떻고, 여자는 어떻다는 이분법적인 논리를 말 하지 않은 사람도, 들어보지 않은 사람도 없을 것이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남녀의 성질을 분리해서 받아드렸고 그런 차이는 곧, 남녀 모두에게 불평등이 ‘당연’하게끔 만들었다.
“과학적으로 그렇대”
이 모든 것이 ‘과학’이라는 미명 하에 정당성을 얻었고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입막음 논리로 사용되었다.
저자 마리루티는 진화심리학자들의 주장을 맹렬하게 비판한다. 요즘말로 팩폭을 날리며 진화심리학자들의 뼈를 으스러뜨린다.
진화심리학자들에게는 오직 남,녀만 존재한다. 전형적인 남성과 여성의 역할을 부여함으로써 정당화한다.
각 개인이 살아온 환경, 성격에 영향을 미치는 성장의 역사는 없다. 그저 남자는 이렇고, 여자는 저렇다의 논리만 존재한다.
그리고 그 논리는 가부장제도가 수천년동안 이어져 오는데 큰 뒷받침을 한다.
마리루티가 이 한 권에 책에서 줄곧 말하는 메시지는 딱 하나다.
‘남자와 여자는 과학적으로 어떻다더라’라는 이념적인 말을 과학의 탈을 쓰고 대중들을 호도하지 말 것. 왜냐하면 그런 차이는 곧 젠더불평등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마리루티는 행복하지 않은 결혼을 유지할 의무가 없다는 것과 (행복한 사람들은 제외라고 분명히 언급한다)
결혼 외 다양한 삶의 방식들, 예를들어 비혼들의 권리도 인정할 것을 주장한다. (비혼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말라는 말)
가부장제, 남녀차별이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설혜심 교수의 ‘소비의 역사’를 읽으면서 과거 서구시대부터 있어왔다는 것을 인지했고, 본 책을 읽으면서 서구사회도 크게 다르지 않음을 다시한번 느꼈다.
여성들의 연대는 시대와 국적을 불문하고 계속되었으면 한다.
- 한 남성을 공유하는 것이 미국의 가난을 줄이는 ‘전략’이라는 생각은 더욱 이상하다. 가난한 여성들에게 더 나은 교육의 기회, 합당한 봉급이 주어지는 직업, 감당할 수 있는 건강보험을 제공하는 것보다 일부다처제가 가난을 해결하는 더 나은 해법이라는 근거가 정확히 무엇인가?
- 무엇보다 여성들이 ‘타고나기’를 조신하다는 증거가 거의 없고, 따라서 이 주장은 처음부터 이념적 조작이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한, 그 주장을 입증하는 데 쓰인 과학적 ‘방법’은 반복해서 말함으로써 사실처럼 들리게 하는 것이다. 이념을 세뇌하는 방식이 정확히 이것이다. 우리가 어떤 말을 자주 들을수록 그 말이 타당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처음에는 세계를 바라보는 특정한 방식처럼 보이던 것이 이론의 여지가 없는 믿음으로 굳어지는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이 믿음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는 잊고, 당연히 ‘그런 것’이라고 받아들이게 된다. 나는 여성의 조신함이라는 수사가 바로 그런 경우라고 생각한다.
- 남녀 관계의 역사를 돌아볼 때 분명한 사실은, 차이를 강조하는 태도는 불평등을 조장하기 쉽다는 것이다.
- 여성들은 포르노에 흥분하지 않는다는 문화적 기대가 존재하며, 따라서 흥분을 시인하는 것은 ‘정상적인’ 여성이 아님을 인정하는 것과 같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즉, 우리 문화에서 여성의 성에 대한 거세는 너무나도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어서, 여성들은 본인의 성욕을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알아도 감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우리 사회는 독신이라는 개념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독신인 사람은 반드시 커플로 만들어야 직성이 풀려서, 수많은 사람들이 결혼이라는 우산 아래서 안식처를 찾는다는 사실이 그다지 놀랍지 않다.
- 1960년대에 여성주의 의식이 생겨날 때까지, 많은 여성들을 어머니와 아내의 역할에 가두었다. 현대 문화는 1950년의 시대 분위기보다는 일하는 여성이라는 개념에 관용적이지만, 여성들에게 무엇보다 어머니로서의 소임을 다하라는 사회적 압력은 아직도 상당한 수준이다. 어떤 한 여성에게 자식이 없으면, 사람들은 그녀가 불임이거나, 남자를 만나지 못했거나, 아니면 어머니로서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추정한다. 자식을 낳지 않기로 선택했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잘 납득되지 않는 일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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