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소비’라는 학문적 영역을 과거사에서부터 짚어보는 방식이기 때문에 논문느낌이 나지만 술술 읽힌다.
4차산업 등으로 기계화, 자동화 되는 세상에서 소비만큼은 인간 고유영역이라는 저자의 말이 인상깊었다. 맞는말인 것 같기 때문이다.
부유한 사람들 또는 지배계층이 ‘소비’행위로써 피지배계층들과의 차별화를 느끼고자 하는 모습을 보며 그들이야 말로 평등보다는 더욱 더 철저한 차별을 원한다는 것이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것 같다.
차별을 받아온 흑인들이 본인들의 구매력이 엄청난 무기임을 알았다는 대목에서는 소비가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음을 다시 한번 느꼈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말인 ‘금융치료’, ‘돈쭐’ 역시 과거에도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존재했었다는 것, 역시 역사는 반복되나 보다.
‘소비’라는 행위를 통해 옛 서구에서부터 존재했던 남녀차별, 계급사회의 차별, 특권의식, 과시욕 등은 정말 인간의 본능인것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지금 시대에도 존재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명품소비가 늘어나고, 불황에도 명품회사 만큼은 호황이라 한다. 내가 느끼기에도 도로에서 만나는 외제차가 흔해졌다.
구매의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그중 공통적인 이유는 타인에게 내가 이런 것도 구매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각자의크고 작은 과시욕이 아닐까싶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히나 유행에 민감하고, 타인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탕진잼, 플렉스, 가즈아 등의 말들이 유행하면서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사람들에게 저축보다는 소비하는 분위기, 묵묵히 모아가는 근로소득보다는 한탕하자는 도박성 투기를 부추기는 것 같다. 물론 구매력이 충분하다면 소비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혹자는 무엇을, 어떻게 사던 그건 개인자유라 하겠지만, 수준에 맞지 않는 과도한 대출, 카드빚을 지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되면 결국은 사회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는 개인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소비의 역사’는 페미니즘과 관련된 책이 아님에도 과거 여성들에 대한 차별, 불평등, 억압, 사회에서 일어난 좋지 않은 사건에 대해서 ‘여성’때문이라고 전가하는 분위기 등에 대해 언급되는데, 아무래도 같은 여성인지라 마음이 좋지 않았다. 물론 일부에서는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성평등을 이루었다곤 하지만 아직 멀었다.
불과 몇년 전만 하더라도 사회적 약자라 하면 어린이, 노약자, 장애인과 더불어 여성이 늘 언급되곤 했는데 최근 성평등 사회로 나아가는 분위기 속에 사회적 약자의 분류에서 여성이 빠지는 것을 종종 보았다.
그때마다 늘 여성은 어떤 존재인가 생각을 하면서 동시에 정말로 제대로 된 성평등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임신한 여성 등 별도의 배려가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소위 일반적인 여성은 사회적 약자에 포함되지 않는게 맞다는 생각을 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난 나만의 결론을 내렸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여성은 사회적 약자가 맞다. 다음 세대, 다다음 세대, 그 이후라 하더라도 보편적인, 일반 여성도 남성만큼 덩치가 커지고 물리적 힘이 세지는 진화를 보일 때, 그땐 사회적 약자가 아닐 것이다.
얼마전 오전시간에 사무실을 혼자 지키고 있을 때다.
윗층에 큰 카페가 있고 그 아래층에 우리 사무실이 있는데 가끔 카페에 온 손님들이 우리 층으로 잘못 내려와 화장실을 찾는 경우가 있다.
업종 특성상 우리도 손님들을 응대하고 상담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늘 사무실 문을 열어두고, 잘못 오신 분들은 카페로 가서 다시 문의하시라고 안내한다.
그 날은 다른 남자직원들이 외근을 나가 혼자 사무실을 지키고 있었는데 덩치가 굉장히 큰 남자분이 내려와서는 화장실이 어디냐 물었다.
솔직히 조금 느낌이 좋지 않았지만 티를 내지 않고 화장실은 여기가 아니니 위에 카페가서 물어보라고 하고 보내려고 하는데,
우리 회사가 취급하는 것에 대해 묻더니 갑자기 사무실 안쪽으로 막 들어오려고 했다. 그 사람을 제지하면서도 추후 문제가 생길까 하는 염려와 나름의 신변확보를 위해 (너무나 당연하지만) 방문자 qr코드를 찍고 들어오시라 했는데도 ‘이거 찍어야돼요? 그냥 보고만 갈게요’ 하고 막무가내로 들어왔다.
너무 당황해서 방문자 qr코드 찍지 않으면 구청에 걸린다고 단호하게 말하고 나름 강압적으로 qr코드 찍으시라고 계속 말했음에도
내 말은 듣지도 않고 자기 할말만 하고, 볼일만 보고 나가버렸다. 너무 황당했고, 한편으로 무섭기도 했지만 너무 화가 났다.
과연 그때 남자직원들 사무실에 함께 있었고, 남자 직원들이 제지했어도 이런 막무가내인 행동을 했을까?
‘소비’라는 학문적 영역은 단순히 ‘소비’만을 다룰 순 없는 것 같다.
저자가 말했듯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고유의 행동이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과정속에서 일어나는 행위임으로 결국 사회를 구성하는 하나의 영역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저자와 마찬가지로 독자 역시 ‘소비’라는 한 영역만을 생각할 수 없고 사회문제와 엮어서 다양한 생각과 고민을 하게된다.
이번 책을 읽으며 세계사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이렇게 읽어나가야 하는 책들이 점점 늘어난다. 기분 좋은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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