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리뷰] 천개의 파랑 - 천선란

nya-ong 2021. 5. 30. 22:01
728x90


다 읽어야야 제목의 뜻을 알 수 있는 소설, sf소설이지만 현실감있고 멀지 않은 미래를 다루고 있다.

발전하는 현대사회에서 로봇은 더 이상 낯선 존재가 아니다.
로봇이 우리 사회의 일원이 되어 우리의 일상 속을 파고 들어와 다양한 분야에서 인력을 대체하는,
지금보다 조금 더 먼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로봇이라 하면 감정적 교류와 소통은 없고 명령만을 따르며,
모든 것을 완벽한 계산 하에 행동하는 차가운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인간의 실수로 다른 로봇들과는 조금 다르게 설계된 로봇 ‘콜리’로 인해
소설 속 주인공들은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되며
주요 인물인 세 모녀 사이에 있었던 투명한 벽이 점차 허물이지며 다시금 소통이 시작된다.
소설 속에서 ‘실수와 기회는 같은 말’ 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콜리의 탄생을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무튼 이 소설은 이 세상 모든 것들이 인간의 편의성을 위해 발전하고 있는 순간에
오히려 퇴보한, 우리 사회가 놓친, 미처 돌보지 못한 것들에 대해 다룬다.

사회는 이만큼 발전했지만 시민들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는 소방관의 처우는 바뀌지 않았다.
사회는 이만큼 발전했지만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들은 여전히 거리를 다니기 어렵고 두려우며,
사회는 이만큼 발전했지만 여전히 동물은 인간의 필요로 의해 소모되는 존재일 뿐이다.




경마장의 실태는 멀리 갈 것도 없다.
몇 년전 경마장 내 불공정과 부조리로 인해 한 기수가 극단적 선택을 했고,
퇴역마들에 대한 학대, 잔혹한 도살 과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
많은 동물단체들이 동물권을 보호하기 위해 이 부조리한 실태를 고발했다.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곤 하지만 그 나아진 부분 또한 인간과 친숙한 동물들에게만 한정되고 있다.
소설 속에서는 동물은 점점 생존을 원하지 않는 상태로 진화할 것이라고 했다.
인간의 쾌락을 위해 희생당하는 경주마, 인간의 아름다움을 위해 희생당하는 여우, 라쿤들이 떠올랐다.

휠체어를 타는 사람들을 위해 저상버스를 도입하는 등 많은 시스템이 바뀌고 있지만,
실제로 저상버스를 이용하는 휠체어를 탄 사람들을 보지 못했다.
아마 그분들은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휠체어를 탄 채, 버스를 이용할 생각도 하지 않을 것이다.

10여년 전, 대만을 여행할 때 봤던 인상깊은 장면이 있다.
저상버스를 타려고 하는 휠체어를 탄 사람을 위해 버스기사 아저씨가 정류장에
버스를 잠시 세워두고,  버스 출입문 쪽으로 가서 버스 밑창에 숨겨져 있던 경사진 판을 꺼내어
휠체어가 쉽게 버스에 오를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그렇게 기사 아저씨가 도움을 건네는 동안 시간은 다소 지체되었지만 누구하나 싫은 소리 하지 않았었다.
당연한 일인데 당연시 되기가 무척 쉽지 않다.

우리 사회 곳곳에는 장애인들을 위한 배려가 많이 부족하다.
아무리 낮은 턱이라도 휠체어를 탄 사람들에겐 넘을 수 없는 높다란 벽이나 다름없고,
시각장애인들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인도에 있는 노란색 블럭도 망가져있기 일쑤다.

급변하고 있는 사회 속에 누구 하나 낙오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시스템을 정비하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회, 인간보다 약한 존재인 동물권도 존중해주는 시대가 오길 바란다.
‘동식물이 주류가 되고 인간이 비주류가 되는 지구를 꿈꾼다’는 작가의 가치관에 매우 공감하는 바이다.

순수한 콜리를 통해 동화 한 편을 본 것 같은 기분이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