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리뷰] 명랑한 은둔자 - 캐럴라인 냅

nya-ong 2022. 1. 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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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 I 성향을 가진 거의 대부분 이들이 공감할 만한 에세이다.
읽는 내내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 올해 플레그를 제일 많이 쓴 책이라 할 수 있다.

작가는 굉장한 선구안을 가진 사람이고, 그녀의 가치관과 생각은 시대를 앞서 나갔다.
이 에세이를 쓴 시기가 대부분 90년대임에도 불구하고,  현 시대의 이슈들이 모두 담겨있다.
다시말하자면, 슬프게도 아직까지도 변하지 않은 문제들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시대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비혼, 페미니즘, 젠더폭력(미투운동)은 물론,
많은 여성들이 겪는 외모강박, 그로 인한 거식증 등등. 현재와 과거를 관통할만한 내용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이런 문제는 시대와 국가에 국한되지 않는 문제들인 것 같다.
미래에 언젠가 이 책을 다시 읽을 때는 ‘이땐 이랬구나, 말도안돼, 어떻게 이런 시대를 살았지?’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만드는 사회가 되어있길 바란다.



이런 사회적인 문제 외에도 고독을 즐기며 홀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는 이야기도 담겨있다.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 나만 느끼는 감정이 아니구나 하는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그 공감은 위로가 되어준다.
여러 이유로 ‘혼자’의 인생을 선택한, 인생의 파트너를 ‘본인’으로 정한 사람들의 대변인 같은 느낌이다.
(사실 대변할 것도 없는 문제라 생각하지만.. 현실 사회는 1인 가구에 대한 인식이 박하니..)

모든 이야기에서의 메시지는 결국, 내면이 튼튼하면 그 어떤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듯,
스스로의 내면을 강하게 하는 것,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것!

반려동물을 키우는 독자라면 너무나도 공감할 만한 반려동물에 대한 이야기는 폭풍공감이다.
우리 작은 털뭉치도 나에게 대가없는 사랑이 무엇인지 알려준 존재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세상에 없는 작가지만 너무 멋진 이야기로, 위로와 공감을, 그리고 응원을 남겨주고 갔다.



- 혼자 있는다는 것, 그 모든 다양한 형태는 - 혼자 살거나, 싱글이거나, 배우자나 가족이나 친구들과 떨어져 지내는 시간을 갖거나 - 연습이 필요한 기술이다. 고독은 어려운 일이다. 자신을 돌볼 의욕이 있어야 하고, 자신을 달래고 즐겁게 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사교적인 생활을 가꾸는 것도 역시 어려운 일이다.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기꺼이 취약해질 줄 알아야 한다. p.24

- 나는 늘 혼자있는 걸 좋아했다. 내가 스스로 만들어내는 생활의 속도와 리듬에서 사치스러운 안도감 같은걸 느꼈다. (중략) 남들에게는 이것이 이상해 보일지라도 내게는 만족스럽다. 나 자신의 선택이라는 이유밖에 없을지라도. 나는 내 난장판을 다스리는 자이고, 내 텔레비전 리모컨의 왕이고, 중요한 일이건 엉뚱한 일이건 내 생활의 모든 세부 사항을 손수 쓰는 작가다. (중략) 홀로 있는 상태는 개성의 온상이고, 나는 홀로 있는 상태가 그렇게 변덕을 맘껏 발산하도록 해준다는 점이 좋다. p.47

- 나는 엘리자같은 여성을 보면 자존감의 언어를 떠올리곤 한다. 그는 자신이 갈망하는 수준의 만족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스스로 느끼지 않는 한,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면서 스스로 사랑스러운 사람이라고 진심으로 믿지 않는 한 그 갈망을 채울 수 없을 것이다. p.80

- 나는 내가 개에게 이렇게까지 애착을 느낀다는 사실이 당황스럽다. (중략) 20킬로그램도 안 되는 이 작은 털뭉치가 내 삶의 중심이라는 사실, 녀석이 내 뇌 용량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사실이 당황스럽다. p.105

- 나는 이 동물에게 촉각을 곤두세운다. 뭘 먹는지, 뭘 싸는지, 발톱을 깎을 때가 됐는지, 어떻게 자는지, 어떻게 노는지, 어떤 기분인지. 가끔은 이 일이 피곤하다. p.106

- 창피한 진심을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내 개와 그렇게 오래 떨어져 있고 싶지 않다. 개는 괜찮겠지만, 내가 괜찮을지는 모르겠다. 개가 너무 보고싶을 것이다. p.108

- 나는 10년 혹은 15년 후의 미래를 그려보았다. 루실이 늙고 관절염이 왔을 때, 내가 루실을 떠나보낼 날이 머지않았을 때, 그걸 상상한 것만으로도 눈물이 났고, 이후 며칠 동안 그 이미지를 지우지 못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생각해보게 되었다. 깊은 사랑은 이토록 괴로울 수 있다는 사실을, 내가 어른이 된 뒤 대부분의 기간에 이런 강렬한 감정에 따르는 위험을 피하려고만 꽁지 빠져라 애써왔다는 사실을. 나는 내 개를 사랑한다. 따라서 개에게 나쁜 일이 생길까 봐 두렵고, 개가 내게 주는 깊은 즐거움이 언젠가 그만큼 깊은 고통으로 바뀔까 봐 두렵다. p.109

- 개는 사람에게 진정한 애착이 무엇인지를 알아볼 기회를 준다. 비교적 안전하지만 진실된 방식으로. p.109


- 사람들이 자꾸 힐에게 왜 클래런스 토머스가 부적절하게 행동했던 그 순간에 조치를 취하지 않았느냐고, 왜 아무말도 하지않고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느냐고 묻는다고. 답은 간단하다. 우리가 그렇게 취약한 위치에 있을 때는 그런 접근에 대응하기가 몹시 어렵다는 것이다. p.248-249

- 나는 그 남자의 접근을 거부할 때 발생할 결과를 두려워했던 것 같다. 내가 싫다고 말하면 그의 힘과 연줄은 물론이거니와 그의 인정도 잃게 되겠지. 그런데 내가 지적으로 가치 있는 존재라는 느낌, 특별한 사람이라는 느낌은 그 인정에 달려있었다. (중략) 권력 남용은 어떤 상황에서도 잔인한 짓이다. 하지만 성적인 측면에서의 권력 남용은 특히 더 잔인하다. p.251

- 나는 스스로 강하고 유능하다고 느꼈고, 내 몸이 내가 가르친 대로 움직인다고 느꼈다. 그리고 계속 노를 저으면서 나는 내 팔을 생각했고, 힘과 아름다움의 관계를 생각했고, 내가 여성의 몸매와 체형을 규정하는 표준 방정식을 거스르는 데 이 스포츠가 얼마나 큰 도움을 주었는지를 생각했다. 평소 내 팔은 스웨터나 긴팔 옷에 싸여서 남들 눈에 띄지 않게 가려져 있다. 내가 내 팔에서 느끼는 만족은 전적으로 사적인 것이고, 이 점이 그 만족감을 특히 의미 있게 만들어 준다. 몸매에 관한 외부의 명령이 아니라 나 자신의 열정과 어떤 일을 할 줄 아는 능력들에서 비롯한 미적 기쁨, 안에서 나와 밖으로 드러난 아름다움. 날개가 된 나의 팔, 이것이 바로 해방의 정의라고, 나는 믿는다. p.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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