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술사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마술을 할 때 긴장하는 바람에 문학의 고독 속으로 숨을 수 밖에 없었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소설 도입부 문장이다. 다 읽은 후에야 소설과 이 문장간의 상관관계와 그 의미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소설 표지의 이미지와 ‘햇빛이 어른거리는’이라는 표현이 담긴 제목은 늦여름 주말 오후처럼 나른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보여주지만 정작 소설은 죽음과 상실로 연결되는 단편 이야기들이 대다수다. 그러나 작가가 만들어내는 문체와 신비롭게 펼쳐지는 분위기로 인해 부정적이거나 우울한 느낌을 주진 않는다. 오히려 아련하고, 먹먹하고, 어린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지금은 없어졌다는 대만 타이베이의 ‘중화상창’이라는 큰 상가를 배경으로, 그리고 육교 위 마술사가 중심이 되어 ..